[사설] 무역적자·경기 먹구름 몰려오는데 정치권 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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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정쟁 탓 경제 위기 심화 우려
민생 위해선 여야 없이 힘 합쳐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우리 정치가 여야의 극한 대결로 폭주하고 있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일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100일을 맞아 윤석열 정부와 여권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야당 파괴’ ‘권력 남용‘ ‘무능’ ‘질식하는 민주주의’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정부와 여권을 성토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되자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 운운하며 야당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꽉 막힌 정국에 여야가 모처럼 합의했던 정기국회 일정은 어그러지고 있으며, 민생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다. 여야의 격렬한 대치 속에 예산 심의는 표류했다. 민주당은 자체 수정안으로 단독 처리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정부와 여당은 준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지경이다. 법정처리 시한은 일찌감치 넘긴 상태다. 여야는 예결위 간사와 정책위 의장이 참여하는 소위 ‘2+2 협상’을 통해 일부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으나 그래도 오는 9일 국회 본회의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예산안 처리는 민생 안정에 직결되기 마련이다.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게 논의해 처리해도 모자랄 판에 각자 정치적 셈법으로 다투고만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정치권이 이러는 사이 경제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 무역수지가 단적인 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달 기준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8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무역수지는 450억 달러 적자가 예상되는데, 내년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적신호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수출은 올해 10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그런데 내년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 적자의 장기화는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져 외화 유동성 문제 등 우리 경제의 악순환을 심화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는데 정치권은 여야 간에 한 치 양보 없는 극한 대결만 벌이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정치의 역할은 더없이 중요해진다. 선제적으로 위기의 해법을 모색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정치의 기능이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경제 전반에 파열음이 터지는데도 정치권은 정쟁으로 날을 샌다는 비판이다. 나라와 민생이 어려울 때는 네 편 내 편 따지지 말고 힘을 합쳐야 한다. 그게 정치의 존재 이유라 할 것이다. 작금의 위기에 우리 정치권은 도대체 뭐 하고 있나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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