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서 사라진 ‘북한군은 적’ 표현 尹 정부 첫 국방백서에 명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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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국방백서 초안에 ‘북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
2016년 사라진 이후 6년 만…다만 ‘주적’ 표현은 사용 안해

북한이 동·서해상의 9·19 남북군사합의로 설정된 해상완충구역에 130여 발의 포탄 사격을 가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지난 5일 시민들이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북한의 포병 사격은 지난달 3일 강원 금강군 일대에서 동해상 9·19 군사합의에 따른 완충구역 내부로 80여 발을 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연합뉴스 북한이 동·서해상의 9·19 남북군사합의로 설정된 해상완충구역에 130여 발의 포탄 사격을 가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지난 5일 시민들이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북한의 포병 사격은 지난달 3일 강원 금강군 일대에서 동해상 9·19 군사합의에 따른 완충구역 내부로 80여 발을 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부활한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사라졌던 해당 표현이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6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다음 달 발간되는 ‘2022 국방백서’의 초안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월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방백서 등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군은 장병 정신전력 교재에 ‘북한군과 북한정권은 우리의 적’이라는 내용을 명시해 배포했다.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한 개념은 지난 1994년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도입돼 2000년까지 유지됐다. 이후 남북 화해 무드가 형성되면서 2004년 국방백서부터 ‘직접적 군사위협’ 등의 표현으로 바뀌었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도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면서 그해 발간된 백서에에는 ‘적’이란 표현이 재등장했고, 이후 박근혜 정권까지 유지됐다.

그러다 남북관계 개선에 역점을 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8년과 2020년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은 다시 사라지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을 ‘굴종 외교’로 규정하고, 인수위 때부터 북한에 대해 ‘적’ 개념을 명확히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번에 국방백서의 초안이 유지된다면 2016년 이후 6년 만에 ‘적’ 표현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다만 2022년 국방백서에도 ‘북한은 주적’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소셜미디어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현 정부도 ‘담대한 구상’을 내세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는 만큼 표현 강도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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