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투혼 불사른 대표팀… 다음 월드컵이 기대됩니다(종합)

김준현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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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점수 차에도 최선 다한 선수들
부산 시민들 끝까지 박수 보내
“이번 대회서 얻은 경험 잘 살려
다음 월드컵선 남미의 벽 넘길”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여정이 6일(한국시간)에 끝났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 부산일보 DB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여정이 6일(한국시간)에 끝났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 부산일보 DB

6일 세계 1위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마지막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여정은 끝났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누적된 피로감, 급격히 얼어붙은 경기 등 우울한 뉴스가 많은 요즘이라 한국 월드컵 전사들의 활약이 주는 재미와 감동은 더 깊게 새겨진 듯하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자취방에 모여 경기를 봤다는 구병성(26·부산 동구) 씨는 “오랜만에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해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비록 경기는 패배했지만, 끝까지 노력한 대표팀 덕분에 여느 여름 못지않게 뜨거웠던 겨울이었다”고 말했다. 이강영(26·부산 금정구) 씨는 “큰 점수 차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 올해 월드컵 분위기를 봤을 때, 다음 월드컵에는 더 좋은 성적을 얻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브라질전에서 예상보다 더 큰 전력 차이가 보여 당황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브라질 우세를 점치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포르투갈전 승리의 영향 탓인지 태극전사들이 또 이변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던 시민들도 많았다. 박상주(63·부산 금정구) 씨는 “전반에만 4골이 들어가니까 허탈한 감정이 들었다”며 “호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 모두가 16강에서 떨어졌다. 아직 세계의 벽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윤(56·부산 동래구) 씨는 “천신만고 끝에 조별리그에 통과했더니 상대가 브라질”이라며 “8강 진출에 희망을 갖기도 했지만, 솔직히 16강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경기 승패를 떠나 모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한국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종호(34·부산 서구) 씨는 “답답했던 경기 흐름을 백승호 선수가 통쾌한 중거리 슛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황희찬도 브라질을 상대로 기죽지 않고 드리블, 개인기를 부리는 모습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김민성(26·부산 해운대구) 씨는 “골을 못 넣었다고 하지만, 손흥민은 월드컵 내내 부상을 안고 경기를 뛰었다. 손흥민을 포함해 최종전에서도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계속 보였고,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 대표팀을 따라 카타르까지 원정 응원을 간 시민도 대표팀에 대해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부터 붉은악마 응원단에 참여한 홍성무(55·부산 수영구) 씨는 이번에도 카타르로 넘어가 마치 12번째 선수처럼 열정적으로 한국 대표팀 경기를 응원했다. 홍 씨는 “사실 조별리그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잘 할 줄은 기대하지 못했다. 강팀을 상대로도 전원 압박, 패스 축구 등 우리가 준비한 다양한 전술을 시도해 성과를 거둔 대회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홍 씨는 이 기세를 몰아 한국 축구 대표팀이 강팀으로 변모하기를 기대했다. 홍 씨는 “오늘 벤투 감독이 사임한다는 소식을 봤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잘 살려서 이제는 유럽과 남미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대표팀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3년 간 코로나19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방역·의료 종사자들에겐 끝까지 포기 않는 태극전사들의 모습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사공필용 부산 연제구 보건소장은 “강적을 만났지만 기어코 이를 극복하는 대표팀 모습처럼 의료진들도 지금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이번 월드컵처럼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우리 모두 코로나 극복에 노력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붉은악마’들은 이런 감동을 거리에서 함께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정태형 붉은악마 부산지회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 대표팀의 경기력, 정신력 모두 훌륭했다”면서도 “부산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첫 승을 거둔 도시인데, 그런 부산에서 거리 응원이 없었던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다가오는 2026년 월드컵 개최지가 북아메리카 3개국으로 결정되면서, 시차로 거리 응원이 오전에 열리는 등의 어려움이 예상돼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정 지회장은 “앞으로는 부산에서도 차질 없게 거리 응원이 개최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준현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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