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빈자리, 가슴으로 채워 준 ‘우리 엄마’ 고마워요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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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사건에 엄마 잃은 형제 10년 후견인 자처 김경자 씨
입대한 첫째로부터 ‘엄마께 드리는 감사편지’ 받아 화제
기른 정 공로 인정 범죄피해자인권대회 ‘국민 포장’ 수상

“원장 선생님이 없었으면 우리 형제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요. 엄마, 감사해요. 평생 잊지 않을게요.”

6일 오후 부산 사상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경자(사진·63) 씨는 가슴으로 낳은 두 아들 중 첫째가 최근 군대에서 보낸 편지 내용을 읊었다. “집밥이 그립다”는 편지를 떠올리면 한 끼라도 더 먹여 보낼걸 하는 아쉬움에 눈가가 붉어지곤 한다.


김 씨와 두 형제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위탁 가정’이지만, 애틋함은 여느 가족 못지않다. 김 씨는 “평소에는 ‘원장 선생님’ 하고 부르더니, 우리 집에 놀러 와 내가 누구냐고 묻는 친구에게 ‘우리 엄마’라고 소개했다”며 “‘원장 선생님이 있어서 힘든 것 없이 자랐고, 그 고마움을 평생 잊지 못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읽고 마음이 찡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인연은 약 20년 전 어린이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는 당시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다니던 두 형제와 홀어머니 A 씨에게 유독 마음이 끌렸다고 회상했다. A 씨 모자가 부산 연제구의 한 모자원으로 거처를 옮기고, 이후 다른 임대아파트를 구해 사는 동안에도 김 씨는 꾸준히 이들을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씨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A 씨가 ‘묻지마 범죄’로 살해돼 아이들만 남겨져 있다는 것. 경찰이 형제에게 “주변에 아는 친척이나 어른은 없느냐”고 물었고, 아이들은 그저 자주 자신들을 돌봐 주던 어른인 김 씨의 이름을 댔다. A 씨가 고아여서 아이들에겐 일가친척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어디 물어보거나 상의할 겨를도 없이 바로 아이들을 찾으러 갔다”며 “곧장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고, 그게 우리 가족의 시작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친척도 없이 덩그러니 남겨진 두 형제에게 김 씨는 세상의 울타리가 돼 줬다. 안타깝게 숨진 A 씨의 장례를 치르고, 두 형제를 주민등록상 동거인으로도 등록했다. 어린 나이에 충격적인 일을 겪은 형제에게 심리치료도 병행했다.

한창 사춘기를 앞둔 아들 둘을 키운다는 건 쉽지 않았다. 말썽을 피우거나, 진로를 두고 다투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큰아들은 군인, 작은아들은 대학생이 됐다.

김 씨는 두 형제 외에 또 다른 위탁 가정 식구도 품었다. 친부모의 학대를 겪은 B 군이다. B 군은 한 위탁 가정의 돌봄을 받기도 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새로운 가족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김 씨 가정으로 오게 됐다.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한 달에 한 번 위탁부모 희망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 김 씨는 최근 위탁가정에 대한 관심이 늘어 안도감을 느낀다. 그는 “한 번에 최소 5명씩 와서 수업을 듣는데, 점점 위탁가정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며 “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웃었다.

한편 김 씨는 살인사건으로 홀어머니를 잃은 두 형제를 2014년부터 법정 후견인 자격으로 키워 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법무부 제15회 한국범죄피해자 인권대회에서 국민포장을 받았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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