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앞둔 동갑내기 셋, 과거를 묻기 위해 산에 오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연극 ‘산악기상관측’ 어댑터플레이스 공연
3개 단편극으로 산에 모인 사람들 이야기
바다 보이는 극장에서 ‘산’ 배경 무대 꾸며

연극 ‘산악기상관측’ 한 장면. 극단 배관공 제공 연극 ‘산악기상관측’ 한 장면. 극단 배관공 제공

청년도 중년도 아닌 듯하다. 애매한 나이 마흔을 앞둔 동갑내기 셋이 산속에 모인다. 묻어버리고 싶은 과거와 기억을 간직한 그들. 타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재발견한다.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이하 극단 배관공)이 연극 ‘산악기상관측’을 이달 9일부터 25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안동 어댑터플레이스에서 공연한다. ‘산악기상관측’은 2020년 황정은 작가 작품으로 부산에서는 처음 무대에 오른다. 황 작가는 연극 ‘사막속의 흰개미’와 ‘오피스’ 등으로 인간과 자연에 대해 깊게 사유하고 독특한 연극성을 일궈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극 ‘산악기상관측’ 포스터. 극단 배관공 제공 연극 ‘산악기상관측’ 포스터. 극단 배관공 제공

연극은 산에 들어간 사람들이 펼치는 이야기다. ‘첫 번째 일: 코’, ‘두 번째 일: 산악기상관측’, ‘세 번째 일: 과거를 묻는 방법’ 등 3개 단편극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코’에서는 산에서 갑자기 코가 도망간 주한이 병원을 찾는다. 뒤이어 경원이 도망간 귀 때문에 병원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신형 코와 귀를 이식받고, 기존 코와 귀는 어디로 도망갔는지 궁금해하다 창밖의 커다란 산을 보게 된다.

두 번째 ‘산악기상관측’에서는 연구원 선후배인 주한과 경원이 산악기상관측 센서를 점검하러 산에 오른다. 후배 주한은 연구소에서 일어난 논문 표절 사건 피해자인 경원의 화를 돋우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 과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세 번째 ‘과거를 묻는 방법’에서는 39살 동갑내기 세 친구 주한, 정인, 경원이 한 해 마지막 날 산속에 모인다. 두 번째 이혼한 정인을 위로한다는 목적. 그들은 지우고 싶은 과거를 종이에 써 땅에 묻는 의식을 치르려 한다. 하지만 땅에 묻으려 할수록 서로의 과거를 묻고, 질문이 많아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연극 ‘산악기상관측’ 한 장면. 창밖으로 광안대교가 보인다. 극단 배관공 제공 연극 ‘산악기상관측’ 한 장면. 창밖으로 광안대교가 보인다. 극단 배관공 제공

연극 ‘산악기상관측’은 바다를 볼 수 있는 극장에서 산을 배경으로 무대를 꾸몄다. 병원, 자동차, 산을 아우르는 무대에 세심한 조명과 음향을 더했다. 연출은 주혜자 연출가가 맡았고 엄지영, 김진주, 배문수 배우가 출연한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5시 공연. 티켓 가격은 3만 원(인터파크·어댑터플레이스 홈페이지 예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