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카타르] 4년간 쌓은 벤투식 ‘한국 축구’, 버전2 구축 토대 삼아야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 대표팀 성과와 과제

벤투 감독, 높은 볼 점유율 바탕
한국 스타일 ‘빌드업 축구‘ 이식
두 번째 원정 16강 목표 달성
조만간 차기 감독 부임해도
과거 ‘뻥 축구’로 회귀 없이
소중한 자산 더욱 발전시키길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대장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벤투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원정 두 번째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다음 지휘봉을 누가 잡든, 벤투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축적한 ‘한국 축구’ 유전자를 변화 발전시킬 과제를 안게 된다. 한국 축구가 다시 이전의 ‘뻥 축구’로 돌아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가나전 킥오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태극전사들.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대장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벤투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원정 두 번째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다음 지휘봉을 누가 잡든, 벤투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축적한 ‘한국 축구’ 유전자를 변화 발전시킬 과제를 안게 된다. 한국 축구가 다시 이전의 ‘뻥 축구’로 돌아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가나전 킥오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태극전사들.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4년여의 대장정이 16강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과 함께한 4년 4개월 동안 한국 대표팀은 피와 땀으로 한국만의 전략·전술을 반영한 ‘한국 축구’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축구’의 경쟁력은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로 검증됐다. 한국 대표팀에게는 이제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좋은 거름으로 삼아 더 단단한 뿌리를 내려야 할 과제가 남았다.


■‘한국 축구’ 정체성을 찾아라

벤투 감독은 2018년 9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1승 2패로 탈락한 후 3개월 만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벤투 감독과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 4년간 대한민국호의 키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의 벤투 감독 선임은 ‘원정 두 번째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한 도전이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 정체성 찾기에 돌입했다. 벤투 감독이 구상한 정체성은 △높은 볼 점유율 △빠른 템포의 공격 전개 △탄탄한 수비 △후방 수비수-미드필더-최전방 공격수까지 이어지는 ‘빌드업 축구’로 요약할 수 있다. 스쿼드 구성 방식도 이전과는 달랐다. 선수를 미리 뽑아 놓고 전략을 짜는 것이 아니라 팀 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완벽하게 수행할 포지션별 선수 선발에 중점을 둔 것이다.

벤투 감독은 4-2-3-1 전술과 4-4-2 전술을 한국 대표팀의 전술로 확정 짓고 각 포지션을 가장 잘 소화할 선수 찾기 과정을 밟았다. 벤투 감독은 공격수에 황의조(올림피아 코스)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미드필더에 황인범(올림피아 코스)과 정우영(알 사드), 수비수에 김진수(전북 현대)와 김민재(SSC 나폴리)·김영권(울산 현대)을 주축 선수로 삼아 차근차근 베스트 11 구성에 공을 들였다. 손흥민 등은 벤투 감독의 굳건한 전략에 적응하며 스스로 한국 축구의 정체성을 쌓았다.

벤투 감독의 굳은 의지는 서서히 성과로 나타났다.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10경기를 7승 2무 1패로 치르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눈과 귀는 이미 카타르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고 있었다.


■세계 경쟁력 확인한 ‘한국 축구’

벤투 감독과 선수단이 함께 구축한 ‘한국 축구’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상대 팀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들쑥날쑥한 전술 변화는 없었다. 대신 아시아 최종 예선 때보다 더 성숙해진 4-2-3-1 전략으로 맞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벤투 감독이 쌓아 올린 ‘한국 축구’ 스타일은 △우루과이전 무승부(0-0) △가나전 패배(2-3) △포르투갈전 승리(2-1)를 거두며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16강에 올랐다. 특히 포르투갈전에서는 경기 후반 4-2-3-1 전략에서 공격을 강화하는 4-4-2로 변환, 황희찬의 결승 골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벤투 감독이 가나전 레드카드를 받아 벤치에 앉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코치진과 선수들이 오랜 기간 체득한 전략을 통해 승리를 따낸 쾌거였다.

외신들은 포르투갈전 승리로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은 강팀들을 밀어낼 전력이 있는 팀”이라며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것처럼 보였으나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해 ‘놀라운 승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한국이 16강에 진출해 우루과이를 조 3위로 밀어낸 것은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가장 격정적으로 마감된 조별리그 가운데 하나였다”며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벤투호 4년’ 다가올 4년 토양 돼야

벤투 감독은 6일(한국시간) 브라질과의 16강전이 끝난 뒤 “한국 대표팀과의 여정은 오늘까지다”라며 한국 대표팀과의 이별을 알렸다. 벤투 감독은 “9월에 대한축구협회와 이미 합의가 된 사항”이라며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님을 밝혔다.

벤투호가 일궈낸 ‘원정 월드컵 두 번째 16강 진출’은 4년 넘게 걸려 완성한 소중한 자산이다. 발전된 축구 전략, 선수들의 향상된 기량은 물론 ‘우리도 우리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한국 대표팀의 자산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차기 대표팀 감독을 조만간 내정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에 따라 한국 축구는 또 한 번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만들어 온 ‘한국 축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한 한국 축구의 기본기는 지켜져야 한다. ‘뻥 축구’로 비판받았던 옛 축구로 회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차기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확인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더욱 발전시킬 의무를 가지고 닻을 올려야 한다. 도하(카타르)=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