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의존 높은 부산 경제, 외풍 불 때마다 ‘휘청’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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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지역 경제’ 보고서 발표
“부산 경기, 전국 요인에 크게 휘둘려”
서비스업 비중 전국 평균보다 높은 탓
청년 유출로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원인
‘3고’ 여파 신설 법인 반년 새 40% ‘뚝’
고부가 산업 등 성장 동력 확보 필요

부산 중구 중앙동 일대 오피스 빌딩. 부산일보DB 부산 중구 중앙동 일대 오피스 빌딩. 부산일보DB

경기에 민감한 서비스업 비중이 큰 탓에 부산이 전국적인 경기 변화에 크게 휘둘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일 ‘한국 경제 주요 이슈와 지역 경제’ 보고서를 발표하며 “부산 경기는 전국 공통요인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고 밝혔다. 지역 경기가 전국 경기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부산의 경기가 이 같은 특징을 보이는 건 높은 서비스업 의존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2020년 기준)은 73.6%다. 전국 평균(63.2%)과 비교하면 10.4%포인트(P)가 높은 수치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행은 부산 경제의 또 다른 문제로 청년층의 이탈을 지적했다. 생산가능 인구가 지속해서 줄어들면서 지역의 성장동력 약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상공회의소가 7일 발표한 부산의 10월 신설법인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경기 침체로 인한 부산의 성장동력 약화는 여실히 드러난다.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에 10월 중 신설된 법인은 372개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던 4월 622개에 비해 40.2%나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부산의 법인 신설 추세도 4월 이후 6개월째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부산의 법인 신설이 위축된 이유로 부산상공회의소는 전국을 강타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고 현상’이 원인이라고 봤다. 경기침체에 대한 경계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부산에서도 창업의 꿈을 포기하거나 창업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의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원·달러 환율의 경우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한때 1440원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고, 국제유가 등 수입 물가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무엇보다 7월과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스텝’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된 점이 부산의 법인 신설을 위축시킨 결정적 요인이라고 짚었다. 창업이 위축된 분야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유통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5%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부동산업과 제조업, 건설업 등은 모두 20% 이상 큰 폭으로 신설 법인이 감소했다.

특히,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부동산업 법인 신설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부동산 PF가 중단되고, 국내 건설사가 줄도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탓이다. 부동산 관련 신설법인은 10월 66개로 지난해 10월 151개와 비교해 무려 56.3%(85개)나 줄었다.

제조업은 3고 장기화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이 치명타가 됐다. 부동산업과 마찬가지로 위태로운 자금 여건도 악영향을 끼쳤다. 제조업 역시 10월 38개 설립돼 지난해 82개에 비해 53.7%(44개)나 감소했다.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산유국 모임인 OPEC+(오펙플러스)의 감산 기조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된 만큼 정책자금 대출한도 확대나 상환유예 등으로 창업 환경을 다시 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서비스업 의존이 심한 부산의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은행은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산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구조에서 탈피하도록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며 “고부가가치 신산업 창출을 위한 전략 산업을 육성하고, 청년 인구 유출 완화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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