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꺾이지 않는 마음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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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는 MZ세대가 가장 많이 즐기는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이다. 이 게임을 개발한 미국 게임업체 라이엇 게임즈가 LoL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LoL 월드챔피언십’은 세계 최대의 e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매년 전 세계 지역별 대회의 상위팀들을 한자리에 모아 우승팀을 가리고 있어 ‘롤드컵’으로 불릴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12회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은 최하위 4시드에 배정된 약팀이 사상 최초로 챔피언에 등극한 ‘언더독(underdog·약자)의 반란’으로 큰 화제가 됐다. 그 주인공은 LoL 한국리그 4개 대표팀 중 하나로 간신히 합류해 최약체로 평가됐던 ‘DRX(주장 김혁규·게임명 데프트)’. 이 팀은 올 9월 30일 시작된 세계 대회의 첫 단계인 플레이 인 스테이지와 조별리그를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각각 1위로 통과했다. 이어 8강, 4강, 결승에서 지난해 우승팀을 포함한 강팀들을 연파하며 정상을 차지하는 기적 같은 일을 연출했다.

앞서 DRX 주장 김 씨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 패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 “오늘 졌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이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이 문구는 DRX가 놀라운 연승 행진 속에 우승 신화를 써 가는 과정에서 국내외에서 회자했다. 특히 지난 3일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 승리로 16강 진출 염원을 이룬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이 글귀가 적힌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면서 국내에 더욱 널리 알려졌다.

이후 줄임말인 ‘중꺾마’와 ‘꺾이지 않는 마음’은 새로운 유행어와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DRX와 태극전사들이 강팀을 만나거나 지고 있어도 주눅이 들거나 포기하지 않고 잘 싸운 투혼처럼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통한다. ‘꺾이지 않는’이란 표현을 활용한 홍보·마케팅 사례까지 늘고 있을 정도다. ‘꺾이지 않는 할인’ ‘꺾이지 않는 주문’ 등….

‘꺾이지 않는 마음’은 코로나19를 비롯, 복합적 위기가 닥친 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다.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젊은 층은 물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경제 위기로 삶이 팍팍해진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응원 구호가 아닐 수 없다. 공부, 다이어트 등 개인적인 도전에 나선 사람들에게는 실천 의지를 다지는 언어가 될 테다. 오늘의 역경을 이겨내기 위한 금언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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