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이자 내느니 월세로”… 부산 전세가 역대급 하락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대출이자 치솟아 월세 선호 뚜렷
12월 부산 전세가격 0.6% 하락
집값 하락에 역전세난까지 덮쳐
매도 포기 물량, 전세 몰린 영향도

부산 동구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앞 매매 전세 매물 안내문. 부산일보 DB 부산 동구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앞 매매 전세 매물 안내문. 부산일보 DB

12월 첫째 주 부산지역 전세 가격이 2012년 이후 최대 낙폭인 0.60%를 기록했다. 고금리로 인해 전세를 얻기 위한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높지며 전세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이 9일 발표한 2022년 12월 1주(12월 5일 기준) 전국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전세 가격은 0.60% 하락을 기록했다. 부산지역 전세 가격은 올해 5월 2주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11월 4주 -0.58%, 3주 -0.50%, 2주 -0.46%, 1주 -0.38%, 10월 4주 -0.32%, 3주 -0.27%, 2주 -0.25%로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다. 특히 수도권도 서울 0.96%, 경기 1.00%, 인천 -1.11%를 기록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전세 가격 하락세가 크다.

이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 대출 이자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래구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자금이 부족한 가구들은 대출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금리 자체가 너무 높고 앞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아예 월세나 반전세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월세는 변할 가능성이 없으니 고정 금리랑 같다며 위험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월세를 택한 매수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올해 8월 2.50%에서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추세다. 특히 현재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 월세로 전환할 때 '협상권'이 매수자에게 있는 경우가 많아 월세로 전환하더라도 큰 손해가 나지 않는다.

또 집값 하락으로 인해 소위 '역전세'를 우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역전세로 인해 행여나 보증금을 받기 어려울 것이 걱정돼 보증 금액 자체가 크지 않은 월세나 반전세 쪽으로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매매 시장의 불안도 전세 가격 하락의 이유로 지목된다. 수영구 한 부동산 관계자는 "투자 목적으로 은행 대출을 활용해 집을 구매한 이들이 금리가 높아지자 이를 처분하려 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결국 버티지 못한 집주인이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전세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전세 공급량도 많다. 보통 전세를 2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2020년 부산에는 2만 7631세대가 입주 2016년 이후 최대 물량이 공급됐다. 이 물량들이 최근 시장에 나오며 전세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올해도 신규 물량이 2만 7130세대가 입주해 전세 공급이 충분한 상태다.

게다가 부동산시장을 보는 전망도 어둡다. 이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0~200의 값으로 표현되며,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월에 비해 가격이 상하고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부산지역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6월 97.5, 7월 90.8, 8월 89.1, 9월 86.7, 10월 76.8을 기록, 매달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자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금리 상승에 압박을 이들이 빠르게 전세나 매매로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보여진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얼어붙은 주택 매매 심리가 전세 시장이 연동돼 동반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 지역은 '역월세'가 나올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부산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역 매매가격은 지난주에 비해 0.53%하락했다. 6월 둘째 주 이후 25주 연속 하락이다.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흐름이 눈에 띈다. 8월 3주까지 최대 0.08% 수준의 하락폭을 기록하던 부산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이후 0.10~0.20% 수준을 유지하더니 10월 4주부터 0.32%, 11월 1주 0.38%, 11월 2주 0.44%, 11월 3주 0.46%, 11월 4주 0.53% 큰 낙폭이 유지되고 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