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노조, 선거법 위반 시장 기소 ‘침묵’… “권력 눈치 보나”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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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노조, 선거법 위반 시장 기소 ‘침묵’… “권력 눈치 보나”


경남 창원시청 청사 전경. 부산일보DB 경남 창원시청 청사 전경. 부산일보DB

경남 창원시 공무원노동조합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남표 시장에 대해 비판 입장 발표를 하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노조 홈페이지에 대신하겠다는 입장문은 20일이 지나도록 게재되지 않아 ‘권력 눈치 보기’한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9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시청 노조가 지난달 15일 공보실을 통해 오후 3시 30분께 프레스센터에서 홍남표 시장 공직선거법 혐의 관련 입장을 밝히겠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약 30분이 지났을 무렵 다시 공보실을 거쳐 입장 발표 취소를 공지했다. 집행부 내부 이견 조율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입장 발표는 차후 노조 홈페이지에 성명 게재로 대신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검찰이 혐의를 특정해 홍 시장을 재판에 넘겨진 지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노조 홈페이지에는 이렇다 할 입장 발표가 없다.

홍 시장은 6·1지방선거 전인 올 4월께 국민의힘 창원시장 경선 과정에서 후보 A씨에게 불출마하는 조건으로 공직을 약속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불구속 기소됐다.

선출직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량을 확정하면 직을 상실한다. 당장 행정 공백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부정부패 척결’ 등을 강령으로 하는 노조에서 시장 비리와 관련해 한마디 안 떼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가 더러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창원시 공무원은 “한마디 필요할 때는 왜 조용히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디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고 노조에 무용론은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창원시 노동조합 홈페이지의 인사소식란. 노조 홈페이지 캡처 창원시 노동조합 홈페이지의 인사소식란. 노조 홈페이지 캡처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사권 등을 쥔 시청 권력에 노조에서 정작 ‘눈치보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노조는 올 7월 중순 기자회견을 열고 홍남표 시장의 첫인사에 대해 ‘불공정 인사’라고 비판을 쏟았다. 그러나 올 10월 “이례적인 수시인사”로 시청 안팎에서 잡음이 나왔을 때는 되레 고개를 돌렸다.

홍 시장의 고등학교 후배인 제종남 신교통추진단장이 7월 첫인사에서 하수도사업소장(4급)으로 승진, 10월 인사에서 해양항만수산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양국장은 마산해양신도시와 진해 웅동복합레저단지 등 사업비가 큰 현안을 다루는 요직이다.

발령 4개월된 최종옥 공보관을 수시인사를 통해 여성가족과장으로 옮기게 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불참 등 홍 시장 비판 기사가 잇따르자 문책성 인사를 했다고 알려지면서다.

통상 연초를 전후해 단행되는 정기인사와 별개의 수시인사에 대해 언론보도 등으로 지역 사회에 공론화됐지만, 노조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이상신 창원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당시(15일) 시장 측에서 언론사 고발 기자회견을 하면서 노조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시정 혼란에 직원들이 많이 동요되는 부분을 고민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노조는 직원들을 대변한다. 시장 측 입장과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다”며 “최근 집행부 선거에 따라 바쁜 시기를 보냈다. 눈치를 보거나 그러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이 위원장은 전임 집행부에서 수석부위원장을 하다가 투표를 통해 지난달 30일 현 위원장에 뽑혔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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