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해임건의안 11일 본회의 통과…정국 급랭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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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표결 직전 집단 퇴장
대통령실 “아무런 입장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가운데 본회의 표결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가운데 본회의 표결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인검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은 ‘극한 대결’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 1건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이날 본회의에서는 고성과 항의 등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회의 개의 자체에 반대하며 “이재명 방탄” 구호를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고성과 항의가 터져 나왔다.

소란스런 상황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개의 직후 해임건의안을 상정해 전자투표에 부쳤다. 투표 결과는 재석 183명 가운데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가결’이었다.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 집단 퇴장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의 국회 통과는 역대 8번째로 이번 정부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대해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 대표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물타기’용으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해임건의안 통과가 “의회 권력의 남용이자 폭거”라며 “‘이재명 살리기’를 위해 희생자와 유족의 눈물을 방탄의 제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 ‘유족의 요구’와 여론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의 수용을 압박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정부 책임자 하나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해임건의안 처리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97명의 유가족들이 모인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0일 공식 출범과 동시에 ‘이상민 장관 파면’을 요구한 바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대통령께서 또다시 헌법이 정한 국회의 책무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해임건의안을)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로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경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될 위험에 처했다.

국민의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이날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해 국조 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주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해임건의안을 의결해버렸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무용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애초 (국정조사는) 합의해줘선 안 될 사안이었다”라고 주장하는 등 강경 대응론이 나오고 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45일간의 조사 기간 가운데 이날까지 18일을 소모했지만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본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정조사의 구체적인 일정도 국민의힘 측이 협의에 응하지 않아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반쪽’ 국정조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국회의 해임건의안 의결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미 예고한 대로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해임건의가 이태원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정부 노력과 배치된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9월 말 민주당이 윤 대통령 순방 관련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단독 의결한 직후에도 대통령실은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를 정식으로 통지받으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며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국회의 해임건의문은 인사혁신처를 통해 윤 대통령에게 통지되기까지 하루 가량 걸린다.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은 곧바로 탄핵소추안 처리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탄핵소추안은 해임건의안과 마찬가지로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어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최장 180일동안 장관의 직무는 정지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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