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대표 연임… 운명의 일주일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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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표 연임 유력 관측 많았지만
비공개 회의서 찬반 의견 ‘팽팽’
결국 후보심사위서 결론 못 내려
일부에선 정치적 입김 작용 우려
민영화 20년 KT 투명성 ‘가늠자’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16일 인공지능(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KT가 추진할 AI 서비스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16일 인공지능(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KT가 추진할 AI 서비스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말 IT업계 최대 이슈인 KT 구현모 대표이사(CEO) 연임 도전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 의사를 밝힌 구 대표에 대한 적격 판단 심사를 지난 8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KT는 통상적으로 대표 임기 종료 3개월 전에 현 대표 연임 또는 새로운 대표 후보자를 결정해왔다. 다음 회의는 13일로 예정됐다.

업계에서는 이날(8일) 심사에 앞서 구 대표 연임에 대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가 12년 만에 선임된 KT 내부 출신 CEO라는 상징성에다 2020년 3월 취임 후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KT’를 표방하며 B2B(기업 간 거래) 등 신사업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인 덕분이다. 1만 6000명의 KT 노동조합도 구 대표 연임을 지지했다. 실제 KT는 구 대표 취임 이후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구 대표 연임 찬성과 반대 측 의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심사 대상인 구 대표와 함께 다른 후보를 포함해 경쟁해야 한다는 언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KT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 제7조는 ‘현재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히고, 이사회가 심사를 시작하면 해당 후보부터 심사한다’고 규정, 구 대표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는데 이를 바꿔야 한다는 견해다. 일부 위원들이 구 대표의 연임을 ‘황제 연임’으로 규정한 것으로 비친다.

주목할 대목은 이런 의견이 구 대표 연임을 심사하는 비공개 회의장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 김태현 이사장은 이날(8일)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소유분산기업이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언급한 소유분산기업은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 즉 KT나 포스코, 금융지주 등이 해당한다. 국민연금은 지분 10.87%를 보유한 KT의 최대주주로 대표 연임 결정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구 대표가 연임 심사를 받는 날 최대주주가 현직 CEO 우선 심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언급한 ‘미묘한’ 장면이다. 구 대표 연임을 위해선 최종적으로 주주총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올해 3월 KT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이 박종욱 경영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해 무산시킨 바 있다.

일부에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각 부처 차관들이 위원이다. 구 대표는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CEO 자리에 올랐다. 민주당 정권에서 KT 이사회에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다수 입성한 상황도 못마땅한데 전임 정권에서 취임한 구 대표를 보는 여권의 시선도 곱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총자산 42조 원으로 재계 서열 12위의 KT는 50개에 달하는 자회사를 가진 국가기간통신사업자다. 민영화 20년을 맞았지만 정권 입장에선 아직은 쉽게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곳이다. 김은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도 이명박 정권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뒤 KT 글로벌미디어전략담당 전무(2010년 12월)로 직행, 논란이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구 대표의 연임 여부로 KT의 민영화 척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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