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법 개정 안 되면 내년 전기료 올해보다 3배 넘게 오른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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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 재추진
한전 대규모 적자 해소 주안점
정부, 회사채 발행 한도 대폭 늘려
전기요금 인상 압박 가중 전망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남서울본부에서 열린 '한전법 개정안 부결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남서울본부에서 열린 '한전법 개정안 부결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한전법 개정안’이 올해 안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 하면 내년 초에 전기요금을 올해 인상분의 3배 넘게 올려야 하는 등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야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문턱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부결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한전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전력(한전)은 11일 발표한 '한전법 개정안, 국회 연내 재추진 관련 한전의 입장'에서 "한전이 필수 유동성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전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이후 여야 합의로 임시국회에서 다시 개정안 의결을 재추진하기로 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전의 대규모 적자 해소를 위해 한전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대폭 늘리는 내용의 한전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다수당이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개정안이 부결됐다.

이에 여야는 12월 임시국회에서 한전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해 연내 통과를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거세지는데 따른 여론 악화를 감안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한국전력 나주본사 사옥 전경. 한전 제공 한국전력 나주본사 사옥 전경. 한전 제공

현행 제도상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로 제한되는데, 올해 30조 원이 넘는 한전의 영업적자로 인한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적립금에 반영되면 내년 3월 이후 신규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

업계는 한전이 내년에도 14조 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법이 부결돼 한전의 자금줄이 막히면 전기요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전채 발행 없이 전력 대금을 결제하고, 현행 한전법을 위반하지 않고 한도가 초과한 사채를 상환하려면 내년 1분기(1∼3월) 안에 전기료를 kW(킬로와트)당 약 64원 올려야 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전기요금은 전력량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조정요금 5.0원이 각각 올라 총 19.3원 인상됐다. 한전법 개정 없이 내년 초에 올려야 하는 전기료 인상분(약 64원)이 올해 인상분(19.3원)의 3배가 넘는 셈이다.

이는 한전법 개정안 부결로 올해 실적을 결산하는 내년 3월 이후에는 추가 한전채 발행이 묶이면서 한전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까지만 허용된다.

산업부는 내년 3월까지 한전채 발행 잔액을 약 72조 원으로 추산하고, 현행법에 따른 한전채 발행 한도를 약 40조 원으로 계산해 32조 원의 간극을 전기요금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전기요금 kWh(킬로와트시)당 1원을 올리면 연간 5000억 원가량의 한전 매출이 증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32조 원을 메우려면 전기요금을 kWh당 64원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업부는 한전의 유동성 확보와 급격한 요금 인상 부담을 막기 위해 한전법 개정이 필수라고 보고 추후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전의 당면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한 만큼, ‘전기요금 정상화 로드맵’을 조기에 수립하고 국회에도 이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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