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파업 철회, 노·정 갈등 최소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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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한 발짝 물러선 만큼
이제 정부가 포용적 정책 펼쳐야

화물연대가 파업 철회를 결정한 9일 한 조합원이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가 파업 철회를 결정한 9일 한 조합원이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가 9일 조합원 투표로 파업 철회를 결정하고 업무 현장에 복귀했다.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산업계의 물류망 차질과 이에 따른 국가 경제의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보름 만에 파업이 종료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산항도 평상시 컨테이너 반출입량을 거의 회복해 안정세를 보인다고 한다. 부산신항과 북항 주변 주요 도로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가 분주하게 터미널을 오가고 있고, 주요 건설 현장의 타설 작업도 속속 재개되는 등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제 우리 경제가 파업의 후유증을 딛고 조속히 정상화의 길로 나아가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번 화물연대 투표 결과는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2만 6144명 중 3575명이 참여해 이 가운데 2211명(61.82%)이 파업 종료에 찬성했다. 화물연대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낮은 투표율(13.67%)은 파업 지도부의 소통 부족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으로 파업 현장에서 상당한 이탈자가 나왔고, 비조합원에 대한 운행 방해나 협박 같은 불법 행위가 불거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파업의 동력이 떨어진 듯하다. 결국 화물연대 파업이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강공책이 거둔 성공의 결과물로만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파업 철회는 안전운임제 자체가 사라질지 모를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의 현장 복귀 결정이 나왔는데도 정부가 계속해서 비타협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여세를 몰아 약속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까지도 거둬들일 기세인데, 노동계가 한발 물러선 만큼 정부도 포용적인 자세를 보여 줘야 한다. 화물노동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일하지 않는 파업일 리 없고, 물류의 중단을 통한 경제 파괴일 리 없다. 파업 종료 뒤 밝혔듯, 화물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과 국민의 안전이고, 그것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파업이 종료된 만큼 사태를 순리대로 풀어야 할 몫은 이제 정부·여당에게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후속 논의를 미루다가 파업이 임박한 뒤에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가 아닌 부실한 내용의 3년 연장안을 고육지책으로 내놨고 그나마 대화 자체를 거부해 왔다. 사실상 파업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진지한 자세로 대화해야 한다. 먼저 여야 합의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담은 법률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 이는 노동자의 생존·안전과 물류산업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소한의 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제압만이 능사는 아니다. 노·정 갈등이 최소화되고 반발과 저항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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