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유례없는 겸직 재시도에 ‘부산 엑스포 원팀’ 힘 빠질라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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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화 상의회장, 체육회장 연임 출사표
민주당 성향에 지역 정계 시선 곱지 않아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과도 불편한 기류
엑스포 선정 눈 앞, 팀워크 금 갈까 우려

부산 동래구 사직동 부산시체육회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동래구 사직동 부산시체육회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체육회에 ‘탈정치의 봄’은 요원한 걸까.

오는 15일로 예정된 민선 2기 체육회장 선거가 또다시 정치로 과열되고 있다. 불똥은 엉뚱하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으로 번졌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현 부산체육회장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히자 부산시를 비롯해 정치계 안팎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개최지 선정을 가늠할 현지 실사가 내년 초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엑스포 원팀(부산시+부산상공회의소)’의 팀워크에 금이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 장인화 회장 “날 재단하지 말라”

현재 민선 2기 체육회장 자리를 놓고 격돌한 후보는 3명이다. 1기 회장인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혔고, 김영철 전 부산테니스협회장과 홍철우 전 부산시 통합배드민턴협회장이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민선 1기 체육회장을 맡고 있는 장 회장의 체육계 내부 신망은 두텁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던 종목별 대회에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탄탄한 스폰서십을 지원한 덕이다. 출마를 고민하던 종목별 회장들의 관심이 오롯이 장 회장의 재선 출마 여부에 쏠려 있었을 정도다.

그러나 상의회장과 체육회장을 ‘양손에 쥔’ 장 회장을 보는 정치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역대 누구도 겸직을 한 전례가 없는 탓이다. 특히 내후년 총선을 앞둔 여권의 눈초리는 매섭기 그지없다. 부산의 상공계를 아우르는 상의회장의 무게도 무게지만, 20만 명에 달하는 체육 동호인의 수장이 바로 체육회장이다. 조직 동원력은 말할 것도 없고, 선거법의 제약도 덜하다.

게다가 경남고를 졸업한 장 회장은 오거돈 전 시장 선거에서 역할을 했다. 그간 민주당 인사들과 깊은 교분을 가져 왔다. 올해 초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고, 시장 역시도 여당 출신인데 부산의 상공계와 체육계를 ‘친야권 인사’ 한 사람이 아우르는 상황에 대해 부산시와 정치계가 갖는 불안감은 상상 이상이다. ‘스포츠에서 정치 논리를 몰아내자’며 탄생한 것이 민선 체육회장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또다시 여야가 선거판 물밑에서 충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야권 인사로 분류하는 세간의 평에 장 회장은 “상대 후보가 만들어 낸 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장 회장은 “나는 사람만 좋으면 여당 인사도, 야당 인사도 다 만나 왔다”며 “평생 당적을 가진 적도 없는 나를 진보와 보수로 재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 역시도 개인적으로 쉬고 싶지만 20년 이상 해 온 체육회에서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민선 1기에 법인화 등 결실을 거둔 해양 레포츠 등의 자체 재원 생산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 “선거 개입 될라” 속 앓는 부산시

실제로 장 회장은 현직인 박형준 시장과는 당을 떠나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상의를 통해 부산시에 부산세계박람회와 관련해 전폭적인 지지를 전해 왔다. 부산시와 부산상의가 ‘엑스포 원팀’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번 체육회장 선거를 계기로 부산시와 부산상의가 불편한 기류에 휩싸였다. 장 회장의 출마는 지난주 그가 박 시장과 한창 유럽을 돌며 부산 세계박람회 지지를 호소하던 5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장 회장의 대리 출마 선언에 출장지에서부터 껄끄러운 분위기가 감지됐다는 전언이 곳곳에서 나온다.

여기에 대항마로 나선 김영철 전 부산테니스협회장이 테니스로 맺은 박 시장과의 두터운 인연을 과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해법은 더 꼬인다. 김 후보는 “테니스 심판과 지도자 자격을 갖춰 누구보다 전문성이 높은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굳이 박 시장과의 오랜 교분을 부인하지도 않는다.

김 후보는 “체육회장 선거는 상의와 시청의 대리전이 아니다”면서도 “장 회장이 상의에 앉아서 체육회 서류에 결재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광분한 체육인도 많다”고 꼬집었다.

이전까지는 부산시체육회장 자리가 당연직으로 부산시장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법이 바뀌고 민선 회장이 탄생한 이후로 선거 개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진 부산시는 ‘엑스포 원팀의 팀워크는 공고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 부산시는 “박 시장과 장 회장의 유럽 출장 불화설은 근거 없다”고 진화 중이지만 선거 후유증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치와 체육회장 선거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홍철우 후보는 이런 구도가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고 비판했다. 전 부산시 통합배드민턴협회장을 지낸 홍 후보는 “합종연횡을 일삼는 후보가 있는 모양인데 그렇게 정치를 잘했던 양반들이 체육회를 이렇게 만들었느냐”면서 “일부에서는 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중도 사퇴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내가 단일후보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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