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PK 의원 뽑아놨지만 중앙에서 역할 하는 사람 누가 있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민의힘 당권 주자 인터뷰] ②김기현

장제원 등 친윤과 연대설은 팩트
대통령과 회동? 기억 잘 안 나
영남 물갈이 공천에 동의 못 해
마구잡이로 사람 바꾸면 안돼
당심 90% 민심 10% 룰 변경 논란
역선택 방지 위해 필요한 조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에게 최근 당 안팎의 시선이 쏠렸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관저에서 단독으로 비공개 만찬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당권 레이스의 최대 변수인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김 의원에게 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여기에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같은 PK(부산·울산·경남) 출신인 김 의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 의원이 아직 ‘안갯속’인 ‘친윤(친윤석열) 대표선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30일 회동의 배경, 내용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당권 경쟁자들이 ‘윤심 팔이’ 하느냐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설’ 등 친윤계의 지지세가 모이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팩트를 취재한 것 아니겠느냐”며 굳이 감추지 않았다.

김 의원은 당권 주자 중 가장 먼저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방문한 당협위원회 수만 전국 253곳 중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지역 당원 교육 상당수는 요청이 와서 가는 것”이라며 “당원 지지세가 크고 늘어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권 경쟁의 승부처로 PK 민심을 꼽았다. 그는 “PK 지역에서 여당 의원들 실컷 뽑아놨는데 중앙에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 “부울경 발전을 위해 사람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지역의 지지를 호소했다. 경남도의원을 지낸 부친, 부산동고를 나와 울산시장을 지낸 자신의 이력을 내세워 부울경을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는 차기 당 대표의 최우선 조건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 사람을 꼽았다. 총선 공천 구상에 대해서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분명한 건 이길 후보를 뽑는 것이고, 중요한 건 ‘사심’이 아닌 ‘공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 등에 있는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총선에 대거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그것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인정하면서 “그 하나의 획일적 기조라는 건 안 되고, 다 만족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쇄신 공천을 위해 이전처럼 영남권에서 대거 ‘물갈이’ 공천을 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지난 총선에서 기준 없이 막 사람을 바꾸다 망했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김 의원은 또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의 해법에 대해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비수도권 지자체장을 해본 사람으로서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중앙의 권한과 재원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면 “당 대표가 되면 중앙부처 공무원들에 둘러싸여 있는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해 이를 과감하게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을 일문일답.


-윤 대통령과의 3시간 독대 만찬에 관심이 높은데

“내 측근들에게도 얘기 안 했다. 그걸 공개하는 게 딱히 도움 될 일도 아니고. 이젠 기억도 잘 안 난다(웃음).”

-‘김·장 연대설’ 등 친윤계 지지 움직임이 있는데

“(그런 보도들은)팩트를 취재한 것 아니겠나. 장제원 의원도 일부러 숨기려 하지 않을 것 같다.”

-‘9(당심)대 1(민심)’ 룰 변경 움직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하려고 전대 룰을 바뀐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당심을 더 반영하는 게 당으로선 당연하다. 당심 비율을 높이면 영남권 노년층 의중이 더 반영되고, 수도권, MZ세대 목소리가 덜 반영된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 지난 대선 때 수도권, 2030 당원이 크게 늘었다. 다만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당원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직 여론조사에선 ‘유력’하다고 보기 힘든데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다. 거론되는 사람 중에 못 나올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전국 당협 중 절반 이상을 방문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 대부분이 당원들이 요청해서 갔다는 게 의미가 크다. 민감해서 말은 못하지만 이기는 전략이 다 있다. 이대로 가면 내가 1등이다.”

-당 대표가 될 경우, 차기 총선 공천 기준은

“분명한 건 이길 후보를 뽑는 것이다. 지지율 등 데이터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계파, 개인 선호, 측근과 관계 없이 ‘사심’이 아닌 ‘공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등 윤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있는데

“그것도 중요한 요소다. 대통령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여당의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다만 균형을 맞춰야 한다. 다 만족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PK 출신으로 지역 총선 승리 전략은

“PK는 스윙보트 지역이라서 수도권에도 여파를 미친다.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PK에서 압승을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PK의 경우, 여당 의원을 실컷 뽑아놨는데 중앙에서 역할 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차세대 지도자군도 풍부하지 않다. 부울경 발전을 위해 지역 출신을 키우는 데 마음을 모아주면 좋겠다. 아버지가 경남도의원을 지냈고, 중·고교를 부산에서 나와 울산시장까지 한 내가 부울경을 챙길 적임자 아니겠나.”

-총선 승리를 위한 영남 ‘물갈이’ 공천에 대한 생각은

“동의하지 않는다. 영남에도 다선을 키워야 하고, 좋은 역량의 초선이 많다. 지난 총선 때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사람을 바꾸다 망했다.”

-윤 정부 집권 6개월 평가와 전망은

“처음엔 인사 문제 등에서 엇박자가 많이 났는데, 지금은 안정화 추세로 가는 것 같다. 대통령 주변 참모진도 처음보다 더 주도면밀한 것 같다. 이제 추락을 면하고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었다고 본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일자리, 경제 지표 등에서 성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만약 여의치 않으면 왜 못 만드는지 설명하고, 이를 통해 야당 심판 여론을 만드는 것이 당 지도부의 역할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이 우리의 ‘비밀당원’이라는 말도 있고.(웃음)”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