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곰 사육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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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선 동물이다. 익숙한 쪽을 들자면 어릴 적부터 들어 온 우리나라의 건국 설화인 단군 신화 속의 웅녀가 생각난다. 낯선 쪽으로는 그럼에도 일상에서는 여간해서 곰을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동물원에 가면 볼 수야 있지만, 부산에선 문을 연 동물원도 없으니 다른 지역으로 가야만 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일반인이 운영하는 곰 사육장에서 기르는 곰을 들 수 있는데, 이곳에 있는 곰은 따지자면 사실 기구한 일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다.

일반인의 곰 사육은 소득 증대를 위해 정부에 의해 한때 권장되던 일이었다. 곰 사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곰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곰 쓸개를 말린 웅담(熊膽)에 대한 수요가 많아 수익성이 높고, 또 수입한 곰을 번식한 뒤 재수출하면 외화 획득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당시 동남아로부터 수입한 곰은 마리당 3000만~4000만 원으로 당시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한 채 가격과 엇비슷했다고 한다. 1985년까지 이렇게 해서 약 500마리 가까운 곰이 수입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곰 사육은 이내 장벽에 부딪혔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웅담 채취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다 동물 권익의 인식이 대두하면서 비위생적인 곰 사육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결국 정부는 1985년 7월 곰 수입을 금지하고, 1994년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 수출도 제한했다.

이후 사육 곰의 수는 꾸준히 줄었지만, 곰 사육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정부는 이에 2026년부터 곰 사육 전면 금지를 선언했지만, 올해 5월 발의된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으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사이 허술한 사육장에선 곰이 우리를 탈출하는 일이 빈번했다. 지난 8일 울산에서도 사육 중인 반달곰 세 마리가 우리를 탈출해 60대 부부를 습격해 숨지게 하는 일이 있었다. 방기한 수준의 열악하고 불법적인 환경에 처한 곰이 스트레스 상태에서 벌인 반격일지도 모르겠다. 좁은 철창 안에 갇힌 곰의 처지가 기구하지 않을 수 없다.

빨리 특별법이 통과돼 그동안의 보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은 곰의 일생이라도 편안히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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