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인구 10만 명당 공연 횟수’ 수도권 3분의 1 불과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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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문화분권 기초 연구’

문화예술 인력 전국 평균 미달
문화시설은 생활문화에 편중
기초문화재단 설립도 저조
소프트웨어·휴먼웨어 균형발전
향후 문화정책 방향에 반영해야

지난 6일 한성1918 청자홀에서 열린 부산문화재단 '문화분권-문화자치 상상토크 3'에서 dlald이미연 부산문화재단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 지난 6일 한성1918 청자홀에서 열린 부산문화재단 '문화분권-문화자치 상상토크 3'에서 dlald이미연 부산문화재단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

지방의 고령화 문제는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활동 중인 예술인들이 수도권은 20~30대가, 부산을 비롯한 부울경 지역은 50~60대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 대비 문화기반시설 숫자나 예산, 제도는 수도권과 부울경 격차가 크지 않지만, 하드웨어를 운영할 수 있는 인적 자본이나 콘텐츠 생산에는 여전히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문화재단(대표이사 이미연)이 최근 조사를 마무리한 ‘부울경 지역 문화분권 및 자치 전략 기초 연구’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수도권은 예술인의 50% 이상이 20~30대인 데 비해 부울경은 가장 많은 연령대가 50대 21%, 30대 19.8%의 순으로 나타났다. 20대 예술인 또한 전국 평균 19.9%에 못 미치는 14.4%로 집계됐다. 이는 부울경 지역 2030 청년층 유출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늘어도 문화시설 간 편차

문화시설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시설 수로 환산하면 뜻밖에도 수도권(4.4관)에 비해 부울경(5.4관) 지역이 다소 많은 편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것은 ‘생활문화센터’와 ‘문화의 집’ 같은 생활문화시설 비중이 수도권보다 컸기 때문이다. 이들 시설을 제외한 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은 전반적으로 시설 분포가 낮은 편이었다. 이는 다시 말하면 하드웨어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졌으나 생활문화 시설 외에는 여전히 고른 분포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문화예술 인력은 수도권이 전국 예술인의 64%를 차지하고 부울경 예술인은 12.2%로 구성됐다. 인구 1만 명당 수치로 비교해도 부울경 지역은 전국 평균 29.4명에 못 미치는 24명으로 집계됐다. 세대별 비교는 앞서 언급한 대로이지만, 이를 지역별 대학의 문화예술 분야 학과로 연결할 경우 차이는 더 확연하다. 2021년 기준 수도권에 1048개 문화예술 분야 학과가 있다면, 부울경은 177개로 1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공연, 전시, 출판 등 문화예술 콘텐츠 생산도 수도권과 지역 간 편차가 컸다. 전국 규모 조사여서 지역의 자세한 내역이 상세하게 반영되지 못한 면을 감안하더라도 수치상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인구 10만 명당 공연 횟수는 수도권이 179.6회, 전국 평균 118.5회, 그러나 부울경은 58.8회로 파악됐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부산(73.9회)도 전국 평균을 훨씬 밑돌았다.

생산(창작) 영역만이 아니라 행정(지원)면에서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 기초문화재단 설립 비율이 대표적이다. 부산은 16개 구·군 중 2곳(12.5%, 금정·부산진 문화재단)에 그쳤고, 서울은 88%(기초자치단체 25곳 중 22곳 설립)로 가장 높다.

반면 지역별 총예산 대비 문화 분야 예산은 부울경이 1.7%로 수도권 1.5%보다 다소 높다. 물론 수도권은 문화예술 분야 81%, 문화재 18%로 이루어지는데 부울경은 문화재(29.1%) 영역 비중이 컸다.

소비(향유) 측면에서도 차이가 났다. 2021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울경 지역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전국 평균(33.6%)보다 낮았다. 문화예술행사 관람 시 걸림돌을 물었더니 수도권에선 ‘시간 부족’을, 부울경 지역은 ‘관심 프로그램 없음’과 ‘비용이 많이 든다’로 나타났다.

■정부 못지않게 시·문화재단 역할 커

연구를 진행한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원향미 선임연구원은 “수도권에 비해 부울경 지역이 다소 열세인 지표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특히 지역문화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되는 문화예술 인력이나 콘텐츠 생산 부분에서 부울경 지역이 수도권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인 것은 향후 지역 균형발전 영역에서 문화 부분에 어떠한 방향의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거의 균형발전 정책이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 중심을 두었다면 이번 환경 분석을 통해 드러난 역점 추진 방향은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의 균형발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역할은 중앙 정부 못지않게 부산시나 부산문화재단, 기초지자체가 맡아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는 부울경 지역 예술인과 문화 분야 공무원, 문화재단 직원 등 문화정책 관계자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5명의 문화정책 전문가 표적집단면접조사(FGI)를 거쳐 결과를 도출했다. 당초 연구 수행 목적은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에 대비한 부울경 지역 기초 문화환경 파악이었지만, 부울경 특별연합 폐지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면서 방향을 바꿔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는 중앙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성과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앞으로 더 보완해야 할 자치 전략이나 지역 간 연대 방법 등 문화분권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성과를 남겼다.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부산문화재단 아카이브에 탑재하고 책자로도 발간할 예정이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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