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군 또 국경 백병전, 군사분쟁 ‘재점화’ 우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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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인도 동쪽 끝에서 충돌
외신 “중국군 600명이 공격해”
2020년 난투극 이후 최대 규모
양국, 유혈사태 이유는 함구 중

인도와 중국 군인들이 국경지대에서 충돌했던 2020년 6월 카슈미르 라다크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따라 인도 국경수비대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와 중국 군인들이 국경지대에서 충돌했던 2020년 6월 카슈미르 라다크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따라 인도 국경수비대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와 중국의 국경 지역에서 양국의 군인들이 백병전을 벌이다 최소한 20명의 인도군이 부상을 입고, 그 중 6명은 중태라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인도와 중국의 군인들이 국경 지역에서 충돌한 2020년, 이른바 ‘몽둥이 전투’ 이후 최대 규모 충돌이어서 핵을 보유한 양국의 군사 분쟁이 재점화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지난 9일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 타왕 지역에서 인도와 중국 군인들이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아루나찰프라데시주는 인도의 동쪽 끝에 있으며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루나찰프라데시주 하원 의원은 텔레그래프에 “인도 군인들이 약 600명의 중국군에게 공격을 받았다”며 “중국군이 인도 영토에 들어와 우리 병사들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인도군도 충돌 때 현장에 3개 부대를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충돌 과정에서 총기가 사용됐다는 보도는 없는 상태다.


인도 일간 더힌두에 따르면 군인들은 이번 난투극으로 팔다리가 부러졌다. 더힌두는 다른 소식통을 인용, 부상한 인도군의 수가 20명에 달하며 중국군의 부상자 수는 더 많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번 사태를 잘 알고 있는 관계자에 따르면 두 군대가 즉시 철수했으며 이후 양국의 사령관이 회담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무엇이 양국 군대의 충돌을 촉발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해당 지역에서는 양국의 국경수비대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평상시에 가벼운 무장으로 순찰한다.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고 국방부 대변인은 교전 중 인도군이나 중국군이 입은 부상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 사건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다.

양국 국경수비대의 이번 충돌은 2020년 6월 발생한 백병전에 이어 최대 규모로 벌어진 것이다. 그해 인도군과 중국군은 중국이 장악한 티베트 고원 인근, 인도 영토인 카슈미르 라다크의 갈완 계곡에서 난투극을 벌였다. 당시 중국군은 몽둥이로 인도군을 가격해 인도군 20명이 사망했고, 중국군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해 두 나라는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후에도 양국 군은 지난해 1월 시킴주 국경 지역에서 다시 충돌, 양측에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인도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양측은 올해 9월 히말라야 국경 분쟁지역에서 철수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 분쟁으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고, 인도의 굴욕적인 패배로 끝났다. 두 나라는 3488km에 달하는 구간에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해 ‘실질통제선(LAC)’을 사이에 두고 양측 군대 수천 명을 배치한 뒤 대립하고 있다. 베이징과 델리의 관리들은 지난 2년 동안 서로 만나면서 국경 지대의 긴장완화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두 나라가 실질통제선을 따라 군사 주둔을 계속 강화해 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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