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일산유원지 개발 사기분양 피해보상 길 열린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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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기업, 선투자 받고 부도 나
30여 년간 사후관리 부재 방치
피해자 60여 명 보상 요구 소송
시, 160억대 시행자 땅 팔기로

울산시 동구 일산유원지 일대. 맨 오른편에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보이고, 왼쪽 아래편 우거진 산림이 대왕암공원이다. 울산시 제공 울산시 동구 일산유원지 일대. 맨 오른편에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보이고, 왼쪽 아래편 우거진 산림이 대왕암공원이다. 울산시 제공

울산에서 30여 년간 잠복해 있던 일산유원지 사기 분양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울산 등 전국에 산재한 초기 피해자(이하 선투자자)들이 울산시와 HJ중공업을 상대로 당초 시행자 선주기업의 재산을 찾겠다며 청산 작업을 본격화하면서다.

해당 부지는 울산시 동구 일산동 일산유원지 내 시유지 10필지 총 1만㎡가량이다. 얼마 전 경매에 부쳐져 부동산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감정가는 모두 160억여 원. 현재 수백㎡에서 수천㎡ 땅이 불법 경작지나 주차장 등으로 사용 중이다.

일산유원지 내 노른자위 땅들이 무더기로 경매에 나온 배경에는 유원지 조성을 둘러싼 개발업자와 투자자, 울산시 사이에 해묵은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울산이 경남도에 속해 있던 1986년 11월 시는 선주기업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해 민간개발로 일산유원지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선주기업이 수백억 원 사업비를 모두 부담하는 대신, 시가 선주기업으로부터 재원을 받아 보상 업무에 쓰고 토지 소유권을 선주기업에 넘겨주기로 했다.


사업은 시작부터 편법과 탈법으로 얼룩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주기업이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고자 준공 전 사업 부지에 임시 지번을 붙여 사전 분양을 일삼았던 것. 유원지 개발 소식에 울산, 부산, 경남, 경기도 등지에서 투자자가 몰렸고, 피해자가 속출했다.

시는 결국 부도가 난 선주기업 대신, 착공 2년 만인 1989년 시공사 겸 공사이행보증인이던 한일개발(현 HJ중공업)로 사업시행자를 변경했다. 시행자가 바뀌었는데도 선주기업의 이중 분양 등으로 피해자는 되레 늘었고, 울산시에도 항의와 진정이 잇따랐다.

90년대 들어 울산시, 선주기업, 한일개발 3자가 협의해 피해자 채무 정리는 한일개발(이하 HJ중공업) 감독 아래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HJ중공업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유원지 개발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사업이 여러 차례 고꾸라지면서 선투자자에 대한 피해 보상도 장기간 뒷전으로 밀렸다. 선주기업 부도에 분양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쏟아졌지만, 가짜 채무자까지 더해져 혼란이 이어졌다. 울산시의 사업시행자 검증 미흡과 민간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선주기업의 도덕성 결여, 사후 처리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일산유원지 개발 사업은 시행자가 여러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1999년 11월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도로, 주차장 같은 공공 기반 시설은 2011년 12월에야 완성됐다. 일산유원지 면적은 현재 53만 3028㎡로, 이 중 약 12만㎡는 여전히 미개발 상태다.

지난해 선주기업 대표청산인 주도로 선투자자 60여 명이 울산시와 HJ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결국 법원 조정을 끌어냈다. 애초 울산시가 선주기업에 소유권을 넘겨주려다 선투자자 정리용 재산으로 맡아 둔 유원지 내 토지 10필지를 마침내 경매에 넘긴 것이다.

선투자자들은 “선투자자 정리가 늦어지면서 고령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있어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관련 자료가 멸실되기 전에 선투자자 정리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매는 건설경기 침체, 고금리 사태 등과 맞물려 유찰되는 등 난관을 겪고 있다. 게다가 경매가 마무리되고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지더라도 문제 해결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이들 60여 명 소송인 외에 숨은 피해자가 경매 사실조차 모른 채 존재할 수 있어서다.

선주기업 대표청산인 A 변호사는 “법원에서 선임한 청산인 회의에서 충분한 기간을 갖고 피해자들의 채권 신고를 받고 자격요건에 해당하는 권리자를 엄정하게 추려냈다. 지금 추가 피해자가 나타나도 보상받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며 “시유지 매각이 마무리되면 공익적으로도 유원지 등 남아 있는 지역개발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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