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적 5배 빨라진 부산항 신항… 환적화물 떠날라 ‘노심초사’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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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조사원 ‘항만해역 수로 측량’
신항 1·4부두 일대 안벽 퇴적물
5년간 최대 2.2m 쌓여 예상 초과
선적 가능 무게 최대 절반 감소
BPA, 긴급 준설·원인 규명 나서

부산항 신항 남측 컨테이너 부두 전경. 부산일보DB 부산항 신항 남측 컨테이너 부두 전경. 부산일보DB

세계 2위 환적물량을 자랑하는 부산항의 신항 일대 안벽 수심이 급격하게 얕아지면서 대형 선박 접안에 비상이 걸렸다. 수심이 얕아지면 선박에 물건을 많이 싣고 들어올 수 없을뿐더러 배가 해저와 충돌하는 등 대형 선박사고가 날 우려도 있다. 만약 이런 문제가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을 ‘패싱’할 가능성도 있어, 부산항의 국제적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3일 부산항만공사(BPA)와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최근 부산항 신항 1, 4부두 안벽 수심이 최대 2.2m만큼 얕아진 구간이 발생했다. 선박 대형화 추세에 따라 2만 2000TEU급의 대형 선박이 부산항에 접안하기 위해서는 수심 기준이 16~17m로 유지돼야 하는데, 일부 구간이 13.7m까지 얕아진 것이다. 일부 구간이기는 하나, 해저에 퇴적물이 쌓여 돌출된 부분에 배가 부딪치면 선박이 파손될 우려가 있고 이를 피하고자 배에 최대한 실을 수 있는 무게도 최악의 경우 절반 이하로 낮아져 물동량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상황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5배가량 빠른 속도로 퇴적물이 쌓인 결과다. 해수부는 컨테이너 선박 대형화 추세에 따라 2017년 신항 일대 수심을 16~17m까지 확보하는 증심 준설 공사를 하면서, 신항 일대에 연간 최소 5cm에서 최대 9cm 퇴적물이 쌓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국립해양조사원이 5년마다 하는 ‘항만해역 정밀수로 측량’을 실시한 결과 일부 해저에 최대 2.2m의 퇴적물이 쌓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BPA는 최근 낙동강 일대 환경이 변화하면서 신항 1, 4 부두 인근 다목적 부두 쪽으로 퇴적물이 급격하게 밀려와 이곳에 단단한 물질의 퇴적물이 쌓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부 구간이긴 하지만 얕아진 수심을 기준으로만 보면 입출항할 수 있는 선박의 규모는 급격히 줄어든다. 기존 수심으로는 2만 2000TEU급 선박이 드나들 수 있지만, 13m 정도로는 4000TEU급밖에 들어올 수 없다. BPA 항만건설실 관계자는 “비록 해당 구간의 퇴적이 고르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일부 구간들만 수심이 얕아진 것이기는 하나 사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을 돕는 도선사회 측도 급히 도선사들에게 저심부 운항 시 만조 때 입항하도록 하는 등 안전 지침을 내렸다. 부산항도선사회 측은 “이 상태로 봤을 때 도선사들은 저심부에 배를 안전하게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BPA도 해당 구간의 안전한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급하게 준설공사에 들어갔다. BPA 측은 긴급하게 부두 운영사와 협조해 지난 8일부터 21억 원을 들여 해당 구간의 6만 4000㎥ 퇴적물을 파내고 있다. 공사는 2~3개월이 걸릴 전망이며, 당초 계획 수심보다는 조금 얕은 15m 기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추가로 2, 3차 준설도 진행한다.

BPA 측은 정확한 퇴적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용역도 발주할 계획이다. 해수부가 당초 퇴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낙동강의 흐름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신항 부두 개발 당시 환경영향평가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당초 예상보다 빠른 퇴적 속도의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BPA 측은 “아직 저심부 발생에 따른 사고나 입출항 지연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안전에 위협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용역 결과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퇴적 속도나 선박 대형화 추세를 고려할 때 수심을 더 깊게 파는 증심 준설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항의 경우 비정기적인 환적물량이 많기 때문에 이런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글로벌 선사들이 다른 항만을 찾아가 버린다”며 “선박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안전성 등을 고려한다면 증심 준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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