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에도 콘크리트 타설… 학생들 “위험천만 증축 무서워요”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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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신축 3년만에 학급 증설
1400명 소음·분진에 장기 노출
"학생 수요 예측 못했나" 분통

13일 오전에 찾은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초등학교. 학기 중이지만 공사가 한창이다. 13일 오전에 찾은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초등학교. 학기 중이지만 공사가 한창이다.

부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가 한 학기 내내 학급 증설 공사를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신축 이전한 지 불과 3년 만에 공사가 이뤄진 탓에 교육청이 신축 이전 당시 필요 학급 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른다.

13일 오전 부산 남구 대연동의 A 초등학교. 운동장 한쪽에선 학생들이 뛰놀고, 다른 쪽에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어린 학생들은 공사 현장 주변에서 뛰어다니는 게 익숙한 모습이지만,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실제로 오전 7시부터 레미콘 타설 공사가 진행되던 지난 7일 등교 시간 레미콘 차량이 학교 정문으로 출입하면서 큰 혼잡이 빚어졌다.

수업 중 교실 위로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진행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학생들이 불안을 호소하기도 한다. 해당 초등학교 옆에는 병설 유치원까지 있어 피해가 더 커지는 상황이다.

병설 유치원에 자녀를 둔 한 학부모 B(42·남구 대연동) 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가 큰 소리가 나서 놀랐다고 말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지난달 29일에는 초등학교 1·3·5학년 건물에서 정전과 누수도 있었는데, 공사로 인해 아이들에게 혹시나 피해가 생길까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공사는 학급 증설을 위한 것으로, 해당 초등학교에서는 교실이 모자라 특별실 8개 중 6개를 일반 교실로 쓰고 있는 형편이다. 학교는 이번 증설 공사를 통해 교실 8개를 신설, 그중 5개를 일반 교실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공사는 올 7월 22일부터 시작돼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A 초등학교와 병설 유치원 학생 1400여 명이 한 학기 내내 공사장 소음과 분진 위협에 노출된 채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신축 이전 당시 학급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A 초등학교는 2019년 신축 이전했는데, 불과 3년 만에 다시 증축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해당 초등학교가 위치한 지역이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지역인 만큼 학생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학생 수가 늘면서 또다시 증축 공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초등학교 주변으로는 앞으로도 아파트 약 1000세대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학부모 C(45·남구 대연동) 씨는 “앞으로 새 아파트가 더 들어설 가능성이 큰데, 그때마다 증축 공사를 할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교육부가 정한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이 하향되면서 더 많은 교실이 필요해졌다고 해명했다. 교육청이 해당 학교 신축이전을 위해 중앙투자심사를 거친 2016년 당시에는 한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이 33명이었으나, 2021년 한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이 28명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들어설 예정인 아파트도 고려해 진행되는 규모가 큰 공사다 보니 완공 기간이 8개월 정도로 예측되면서 어쩔 수 없이 학기 중에 진행하게 됐다”며 “공사 기간 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등하굣길 안전 지도에 나서는 등 학생 안전 관리에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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