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제한 없는 BNK 회장, ‘올드보이’ 귀환 위한 포석이었나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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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 거론 인물

임추위서 CEO 후보 18명 확정
‘만 70세’ 제한 규정 두지 않아
78세 이팔성·73세 김창록 씨 등
이례적으로 고령 후보들 하마평
급변하는 금융 환경 대처 한계



BNK금융지주는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최고경영자(CEO)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했다. 내부 승계 규정에 따라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그룹 계열사 대표 9명 외에 외부 자문기관 두 곳의 추천 인사 9명이 경쟁에 공식 합류했다.

금융권의 초미 관심은 외부 후보군 선정에 정치권 외압이 작용했느냐에 쏠린다. BNK 내부는 물론, 시민단체에서는 ‘관치 금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다 나이 제한, 이른바 ‘만 70세 룰’이 없는 까닭에 고령 인사가 주요 후보로 거론되면서 지역 사회 우려는 더 높다.

BNK금융지주는 이날 오전 임추위를 갖고 18명의 차기 회장 후보 명단을 의결했다. BNK금융지주 측은 “지난 18일 임추위에서 결정한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 추진 방안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내부 CEO 후보군 9명과 외부 자문기관에서 추천받은 외부 CEO 후보군 9명(비공개)을 대상으로 CEO 후보군 확정에 대해 논의했다”며 “모두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18명 전원을 CEO 후보군으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임추위는 CEO 후보군 18명을 대상으로 지원서를 받아 다음 주 중 서류 심사를 거쳐 CEO 1차 후보군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경영계획 발표, 외부 평판 조회 결과를 반영해 2차 후보군(숏리스트)으로 압축한다. 숏리스트 규모는 5명 내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어 심층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1명 선정해 BNK금융그룹 이사회에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김지완 전 회장을 이을 차기 회장 윤곽은 이르면 내년 1월께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회장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아 정식으로 취임하게 된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 부산일보DB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 부산일보DB

내부 후보군 9명은 안감찬 부산은행장과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를 비롯해 최홍영 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김영문 BNK시스템 대표,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김상윤 BNK벤처투자 대표 등 지주 사내이사 겸 자회사 대표 등이다. 이들 중 안감찬 부산은행장과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두 사람이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

관건은 비공개에 부쳐진 9명의 외부 후보다.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BNK 출신으로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과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안효준 전 BNK투자증권 대표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석열 정부서 전성기를 맞은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 국장 출신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행정고시 33회로 한국자금중개 사장을 지낸 이현철 우리카드 감사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올드보이’에 대한 우려다. 이팔성 전 회장은 1944년생으로 올해 78세다. 18명의 후보 가운데 최고령이다. 김창록 전 총재는 73세(1949년생)로 이 전 회장보다 불과 5살 적다. 이처럼 금융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고령자들이 BNK금융그룹 차기 회장 자리에 몰린 이유는 타 금융지주와 달리 나이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BNK금융그룹 이사회는 지난달 4일 외부 출신을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게 규정을 개정했으나 연령 제한은 두지 않으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BNK 차기 회장은 수도권에 대응할 새로운 축인 부산·울산·경남의 대표 지역 금고로 동남권 경제를 책임지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령의 인사들이 BNK 회장직을 맡을 경우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정치권에서 자리 챙기기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지난 12일 BNK부산은행 노조와 전국금융산업노조 등이 대통령실 앞에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조직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것은 지역 경제와 지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 집회를 가진 데 이어 14일에는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등 부산 지역 시민단체 7곳이 ‘관치 금융 반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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