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개발 막는 장애물” vs “복구 불가능한 미래 자산”… 낙동강 철새 보호구역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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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반경 500m '보존지역' 지정
1~5구역 건축물 높이 등 제약
올해 현상변경 접수만 367건
작은 행위도 허가 행정력 낭비

환경단체
구역 내 법정보호종 24종 서식
철새 개체 수 줄어도 기능 여전
일대 교량 사업도 16건 추진 중
보호구역 강화 세계 추세 역행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보호구역 해제를 둘러싸고 개발을 우선시하는 지자체와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환경단체의 의견 대립이 벌어진다. 철새 서식지인 을숙도(앞쪽)와 그 너머로 보이는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모습. 부산일보DB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보호구역 해제를 둘러싸고 개발을 우선시하는 지자체와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환경단체의 의견 대립이 벌어진다. 철새 서식지인 을숙도(앞쪽)와 그 너머로 보이는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모습. 부산일보DB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문화재 보호구역 해제를 두고 개발이 먼저라는 입장과 환경보호가 먼저라는 입장이 대립한다. 해제를 주장하는 부산 강서구청은 문화재 보호구역 주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거나, 작은 행위를 하더라도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행정력이 낭비되고 사유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지자체가 환경 훼손에 앞장서고 있다고 반발한다.

13일 부산 강서구청 등에 따르면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벌어지는 현상변경(공사·수리 등의 행위를 통해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재 상태를 변경하는 행위) 허가 신청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367건 접수됐다. 하루에 1건 넘게 접수된 셈이다. 지난해는 1년간 174건 접수됐다.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고, 그 주변 반경 500m 이내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다. 보존지역 제1구역에서 건축행위를 하려면 문화재청의 개별 심의를 받아야 하고, 제2~4구역은 건축물 최고높이가 11~36m 이하로 제한된다. 제5구역에서 건축행위를 하는 경우 부산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용적률과 건폐율에 제한을 받는다.

건축행위뿐만 아니라 형질 변경, 광고물 설치, 수목을 심거나 제거하는 행위 등도 현상변경 행위로, 지자체나 문화재청으로부터 행위 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강서구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에코델타시티에 기반 조성 사업도 계속 진행되고 있고, 강서구 일대에 대형 개발 사업이 많아 관련 허가나 심의 신청이 많이 들어왔다”며 “또 보호구역 내 사유지가 많은데 자기 논에 땅을 파려고 해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의 문화재 보호구역이 해제되면 심각한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새도래지가 과거에 비해 규모나 철새의 개체 수가 줄었다고 하지만, 도래지로서 기능은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이 2018~2021년 철새도래지 모니터링 용역을 통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니터링 3차 연도였던 2020년 현지조사에서 조류 총 159종 6만 4501마리가 확인됐다. 특히 천연기념물 14종,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5종,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16종 등 법정보호종도 24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문화재 보호구역이 해제되면 환경 파괴 등 논란으로 지지부진한 장낙대교, 엄궁대교, 대저대교 등 낙동강 하류 교량 건설공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친환경 가치를 앞세운 에코델타시티 등 서부산 친환경 개발 기조가 망가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단체 ‘습지와 새들의 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는 자그마치 16개 교량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며 “그나마 중요도가 떨어지는 장낙대교에 대한 환경평가 결과를 보더라도, 이 일대가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적인 철새 도래지이자 멸종위기종의 중요 서식지이고, 동북아와 한반도 조류 생태 측면에서 매우 보존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동강 하구가 과거만큼은 못하다 할지라도, 대단한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철새 도래지다”며 “이상기후,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가 닥치면서 보호구역을 늘려 가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지자체들은 ‘그린’ ‘스마트’ ‘환경’이라는 단어만 내세울 뿐 실제로는 훼손에만 앞장선다”고 비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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