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주환 부산변호사회장 “부산지법 동부·서부지원 관할 조정돼야 재판 속도 빨라져”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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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환 부산지방변호사회장. 강선배 기자 ksun@ 황주환 부산지방변호사회장. 강선배 기자 ksun@

“사는 동네가 다르다는 이유로 불평등한 법률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황주환 부산변호사회장(52·사법연수원 33기)은 부산지법 동부지원과 서부지원의 재판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관할구역이 조정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동·서부지원의 재판 지체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다, 점차 심화되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황 회장은 이 문제를 부산 법조계의 당면 과제로 보고 지역 정치권 등이 나서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변호사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민사 소액 사건의 경우 부산지법 본원은 접수에서부터 판결선고까지 평균 144.7일이 걸리는 데 반해 동부지원은 245.9일이 소요된다. 심리하는 법원이 다르다는 이유로 100일이 넘게 차이가 난다. 동·서부지원에 접수되는 사건은 본원의 절반 정도인데, 판사 숫자는 20%대에 불과해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탓이다.

황 회장은 “현재 동부지원 관할인 남구와 서부지원 관할인 북구를 본원으로 편입시킨다면 각 지원의 업무부담이 감소돼 사법 서비스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며 “부산지역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법원 관할지역 조정 관련한 입법 제안서를 보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부지원에 별관이 신축된다고는 하지만 완공까지 수년이 소요되고, 그동안 적체율은 계속 높아져만 갈 것”이라며 “비교적 간단한 법적 절차만 거치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효용의 크기는 굉장히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제58대 부산변호사회장에 당선돼 2년간 협회를 이끌었던 황 회장은 이달 임기를 끝내고 현업으로 돌아간다. 황 회장의 뒤를 이어 염정욱 변호사(52·사법연수원 32기)가 회장직을 잇게 되는데,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사석에서 가감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절친한 사이다. 황 회장은 “2년 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의욕은 차고 넘쳤는데, 하나를 하려고 해도 여러 절차들이 필요해 결과적으로는 아쉬웠던 부분들도 있었던 것 같다”며 “그간 염 변호사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는지 옆에서 지켜봐서 잘 안다. 그의 열정만큼 지역사회나 회원들의 복지를 위해 힘을 써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자본력으로 성패가 갈리는 작금의 변호사시장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그는 “포털 사이트에 ‘부산 변호사’를 검색해서 뜨는 상위 웹사이트 링크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광고를 쏟아붓는 대규모 수도권 로펌인 경우가 많다”며 “점점 개업이 힘들어지다 보니 대기업의 사내 변호사를 가려고 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자본에 종속되지 말아야 한다는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후배 변호사들에게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증가하고 있는데, 기존 송무시장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도 했으면 좋겠다”며 “기업 회생 분야 등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영역에 도전해 ‘파이의 크기’를 늘리려는 도전이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황 회장은 진주고와 부산대 법대를 졸업해 2004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회장 임기가 끝난 이후에는 법무법인 인화국제 법률사무소의 대표 변호사로 업무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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