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한 먹는 물’ 확보가 재정 원칙보다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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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심각한 낙동강 ‘심층 취수탑’ 필요
기재부도 국민 기본권 우선 고려해야

지난여름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취수장 일대 낙동강 유역이 녹조현상으로 초록빛을 띠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여름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취수장 일대 낙동강 유역이 녹조현상으로 초록빛을 띠고 있다. 부산일보DB

맑은 물을 먹을 권리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다. ‘안전한 먹는 물’ 확보라는 국민 기본권과 기획재정부의 재정 원칙이 충돌한다면 뭐가 더 우선되어야 할까. ‘심층 취수탑’은 안전한 먹는 물 확보를 위한 부산시의 단기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데, 관련 예산 증액이 기재부의 반대에 직면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든 생각이다. 지난여름 부산 시민 모두가 두 달 가까이나 공업용수 등급의 물을 정수해 먹고 마셨다. 기재부의 논리대로라면 부산 시민은 2028년까지 최소 5년간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한다. 서울 사람들이 마시는 물이 지금의 낙동강 물 같아도 기재부는 여전히 반대했을까.


올해 낙동강 녹조는 무시무시했다. 부산의 도심 하천을 녹색으로 집어삼키고, 심지어 다대포 해수욕장에 입수 금지 조치가 내려질 정도였다. 녹조 대란은 유해·독성 물질 논란으로 이어졌다. 낙동강 본류 4개 상수원 지역 모두에서 맹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 낙동강 하류에서 재배되는 쌀과 대구의 수돗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정화 작업을 끝낸 수돗물까지 위험하다는 분석 결과도 있었다. 정부 기관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이 정수 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되어 식수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매일 물을 마시는 입장에서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부산 시민들은 언제까지 물 마실 때마다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가.

취수원 다변화는 일러야 2028년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때까지 이른 시일 내에 안전한 식수 확보를 가능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 심층 취수탑이다. 녹조 등 각종 유기오염 물질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수면으로부터 8m 아래에서 취수하면 남조류 세포 수가 75%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매리취수장과 물금취수장에 각각 취수탑을 설치해 낙동강 본류 수심 8m 이하에서 물을 끌어 올리면 조류 독성물질을 피해 안전한 취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시급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이만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지자체 예산 사업인 ‘지방이양사업’이라는 이유로 선을 그은 기재부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안전한 물 확보는 부산에서 촌각을 다투는 문제다. 취수탑 기본·실시설계 용역 예산 중 절반인 10억 원이 국비로 조달되지 않으면 향후 설치 예산 국비 투입도 명분상 날아갈 공산이 크다. 한덕수 총리도 지난달 국회에서 낙동강 녹조 민관 합동조사를 수용하면서 “국민께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한다는 게 정부의 최대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기재부는 재정 원칙에만 너무 얽매이지 말고 심층 취수탑 예산을 전향적으로 지원하길 바란다. 부산 시민의 먹는 물 문제 해결은 국가가 당연히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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