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또 ‘빅 스텝’에 한국 기준금리와 22년 만에 최대 격차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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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보다 1.25%P 높아져
연준, 내년 말 5%대 인상 전망
양국 금리 차, 더욱 벌어질 듯
원화 절하 따른 물가 상승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시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P)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22년여 만에 가장 큰 1.25%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에서 빅 스텝으로 긴축 속도가 줄었지만, 연준의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오히려 4%대에서 5%대로 높아진 만큼 앞으로 한·미 금리 차이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내년 상반기까지 빅 스텝은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금리 격차를 방치하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겨우 진정된 물가까지 다시 들썩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3∼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에서 4.25∼4.50%로 0.50%P 올렸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7.1%)이 10월(7.7%)과 시장 전망치(7.3%)를 모두 밑돌자 6·7·9·11월에 이은 5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피하고 빅 스텝으로 보폭을 줄였다.

하지만 긴축 속도만 다소 더뎌졌을 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금리의 중간값은 5.1%로 전망됐다. 앞서 9월의 4.6%보다 오히려 0.5%P나 높아졌다.

결국 연준이 '조금 천천히, 그러나 더 높은 수준까지 오래'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제는 (인상)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어느 시점에는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빅 스텝으로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P로 벌어졌다. 1.25%P는 2000년 10월 1.50%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린 1996년 6월∼2000년 5월(한·미 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당시 우리나라보다 미국 금리가 최대 1.50%P 높은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이나 이어졌는데, 이후로는 이날 1.25%P가 최대 격차 기록이다.

더구나 점도표에 찍은 대로 연준이 이번 인상기 최종 금리 수준을 5% 안팎까지 높일 경우,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P 또는 그 이상까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베이비 스텝(0.25%P 인상)을 결정한 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 "대다수 위원이 3.50% 제안했다"고 답한 바 있다.

한은과 연준이 현재 시점의 예상대로 내년 각 3.5%, 5.0%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면 격차는 1.50%P에 이르고, 한국 경제는 내년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은도 내년 1월 13일 베이비 스텝을 시작으로 당초 시장의 전망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3.50% 이상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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