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독사 발생률 전국 최다 도시 부산, 예방 대책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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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비 세종시의 3배 가까운 수준
정부와 지자체 연대해 해법 찾아야


고독사는 주변과 단절된 채 살다 홀로 임종을 맞는 서글픈 죽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망자 100명 중 1명이 고독사라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실태 조사를 거쳐 14일 발표한 공식 통계에서 그리 밝혀졌다. 더 우려되는 건 고독사 증가 속도 그래프가 해가 바뀔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에 2400여 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300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 5년간 고독사 한 사람을 다 따지면 무려 1만 5000여 명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독사 문제는 심심찮게 거론됐으나 실상이 이 정도라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인데, 지역별·연령별로 편차가 크다고 하니 그에 맞춤한 대책이 나와야 하겠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건 일반적인 추측과는 다르게 중장년층에서 고독사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고령층에서 고독사가 많을 것으로 여겨졌는데, 실상 70대 이상 고독사는 전체의 18% 정도에 불과한 반면 50~60대가 60% 가까이 차지한 것이다. 50~60대 중에서도 남성의 고독사가 여성의 고독사보다 4배 정도 많았다. 그 까닭은 여러 방면에서 관측되는데, 아무래도 중장년 남성에게서 실직이나 이혼, 건강 문제 등으로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단절·고립되는 경우가 많은 게 가장 주된 요인인 것으로 짐작된다. 고독사 방지를 위한 관리 대상으로 어디에 특히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이런 사정은 부산에서 유달리 고독사가 많이 발생한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고독사 발생률은 지역별로도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는데, 부산의 경우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고독사 발생 건수가 9.8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국 평균보다 1.5배, 대구·울산보다는 1.9배 높았고, 세종시에 비하면 무려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현재 부산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면 이런 결과는 어쩌면 필연적이라 할 것이다. 경기불황과 코로나19 영향을 부산이 직격으로 맞으면서 취업자 감소율과 빈곤층 증가율 등 상당수 부정적인 지표들이 전국 1·2위를 다툴 정도로 부산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독사 실태를 국가 차원에서 조사해 공식 통계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소위 ‘고독사 예방법’도 지난해 4월에 겨우 시행됐다. 우리 사회가 고독사에 대처할 준비가 아직은 온전치 않다는 말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고독사 예방·관리를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늦게나마 환영할 일이다. 중요한 건 형식적인 구호가 아니라 고독사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거두는 일이다. 특히 지역별 연령별 고독사의 편차가 큰 만큼 종합적이면서도 특화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사회도 적극 연대해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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