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섭의 플러그인] 부울경, 특별연합 폐지도 각자도생?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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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3개 단체장 폐지 선언 후속 절차
의회 승인 과정에도 마찰음 계속

부산시는 시의회 보류·법원 소송
경남도는 여야 간 시각 차이 여전

수도권 집중 공동대응 의지도 퇴조
경제동맹 등 실행 방안 속히 나와야

지난 10월 부산·울산·경남 광역지자체장들이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을 폐지하고 대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 출범과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을 선언한 지 벌써 두 달이 흘렀다. 이 선언으로 메가시티는 출발을 눈앞에 두고 사라지게 됐고, 부울경 지역민은 아직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예정대로였다면 보름 뒤엔 출범할 메가시티 대신 추진하기로 했던 경제동맹은 여전히 실체조차 모호하다. 행정통합 역시 동네 뒷산도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 고산 준봉을 넘겠다는 격이어서 이래저래 지역민의 연말 심사만 꼬이게 한다.

그런 터에 순조로울 것으로 여겼던 특별연합 폐지를 둘러싸고도 최근 마찰음이 잇따른다. 특별연합 폐지 과정에서도 동상이몽인 부울경 지자체의 속마음이 엿보이는 것 같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 부울경마저 지방소멸의 소용돌이 속에 허우적대는 상황에서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논란만 분분하다.


부울경 지자체장의 선언으로 일단락된 듯했던 이 문제는 이달 9일 부산시의회의 특별연합 폐지규약(안) 심사보류 의결로 올해 내 해체에 제동이 걸리면서 다시 수면으로 떠 올랐다. 특별연합 폐지는 부울경의 광역의회를 모두 통과해야만 공식적으로 해체되는데, 그 첫 단계인 부산시의회가 한 달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룬 것이다. 특별연합 규약을 제정할 때는 다양한 공론화 절차가 있었던 반면, 폐지안 준비 과정에서는 이런 사회적 합의 노력이 부족해 입법의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게 부산시의회가 내세운 이유다.

하지만 지지 여론이 높은 메가시티를 해체하는 데 부산시의회가 맨 먼저 총대를 메고 싶지는 않다는 책임 회피성 보류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정한) 단체장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왜 시의회에 특별연합을 없애라고 공을 넘기는 것이냐”는 한 시의원의 언급이 이를 잘 보여 준다. 결국 먼저 나서서 궂은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공은 다음 순번인 경남도의회로 넘어갔는데, 도의회는 정파 간 시각 차이가 큰 상황이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의 입장이 강경하다. 지난 8일 민주당 소속 도의원 4명의 특별연합 졸속 폐지 규탄과 사수 결의 이후 12일에는 민주당 경남도당 부울경특별연합 추진 특위가 “부산시의회의 결정을 환영하며, 도의회도 특별연합 폐지를 보류하고, 정상적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며 도의회를 압박했다.

하지만 압도적 의석으로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15일 본회의에서 폐지 규약안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내세우는 박완수 경남지사와 ‘김경수 업적 지우기’라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의 주장이 맞서면서 정파 간 대립 양상마저 띠었다. 국민의힘이 장악 중인 울산시의회도 16일 본회의에서 폐지 규약안을 처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경실련이 12일 부산지법에 박형준 부산시장을 상대로 특별연합 대신 추진하기로 한 초광역 경제동맹의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시민합의 과정 없이 특별연합을 파기해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특별연합 폐지 중단을 요청하는 집행정지 소송도 예고했다.

당초 수도권 집중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던 부울경 특별연합이 3개 단체장의 합의로 폐지 결정될 때부터 예견된 후폭풍이 아닐 수 없다. 기대만큼 실망감도 컸던 지역 여론이 이런 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주목되기도 하고 민주당의 반발도 거세지만, 현재 분위기로선 특별연합을 예전 상태로 돌려놓기는 어렵다. 특별연합의 실행 주체인 3개 단체장이 이미 결정을 내린 데다, 부산시의회의 보류 결정도 사실상 시간 끌기라고 한다면 경남도의회와 울산시의회의 결정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특별연합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계속된다면 수도권 집중에 대응할 부울경의 공동 전략 의지마저 갈수록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특별연합 폐지는 그렇다고 쳐도, 초광역 경제동맹과 행정통합 추진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의미 있는 논의가 시작된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구호만 있을 뿐 실행은 전혀 없고, 부울경 지자체 간 엇박자와 각 지자체 내부의 문제만 자꾸 얽혀가는 중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자칫 특별연합, 경제동맹, 행정통합 모두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지금은 빨리 현 상황을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인 부울경 지자체장들이 새해에는 어떤 형식을 통해서라도 가능한 실행 방안을 지역민에게 밝힐 책임이 있다. 이대로 간다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절박한 과제는 정말 구호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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