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부채 1066조… 부채 비율 첫 50% 돌파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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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재정 유지로 비율 더 늘어
북유럽 4개국, 긴축 전환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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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와 스웨덴 등 북유럽 비기축통화 4개국이 코로나19 사태 당시 확장 재정을 지난해 긴축으로 유턴하는 동안 한국은 정부 부채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이들 북유럽 강소국들과 비교하면 국가가 재정을 써야 할 때(코로나19 사태 첫 해인 2020년) 제대로 쓰지 못했고, 다시 허리끈을 동여매고 재정 건전화로 돌아서야 할 때(2021년) 그렇게 이행하지도 못한 셈이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D2)는 1066조 2000억 원으로 1년 전(945조 1000억 원)보다 12.8%(121조 1000억 원) 증가했다.

경제 규모(GDP)와 대비한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51.5%로 1년 전 48.7%보다 2.8%포인트(P)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6.6%P(42.1→48.7%) 급등한 이후 지난해 또다시 상승, 2년간 부채비율 상승 폭이 9.4%P(42.1→51.5%)나 됐다. 코로나19 사태 첫 해에 늘린 재정지출 증가 속도의 약 40%가량을 그다음 해에도 유지한 것이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D2)은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가채무(D1: 중앙정부+지방·교육 지자체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를 더한 광의의 정부 부채다. 국제사회에서 정부 간 비교를 할 때 널리 통용되는 개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전 세계 35개국 중 비(非)기축통화 11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추정치)을 보면,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첫 해인 2020년에 강력한 확장재정 정책을 구사했지만 지난해 제동 역시 강하게 걸었다.

11개 선진 비기축 통화국의 평균 부채비율은 2019년 46.2%에서 2020년 55.6%로 9.4%P 급등했지만, 작년엔 56.6%로 1.0%P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재정 지표를 국제 비교할 때 11개 선진 비기축통화국을 주로 참고한다. 한 나라의 재정 건전성을 판단할 때 국제사회에서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이라는 2개의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나라는 정부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비기축통화국은 수요가 훨씬 적어 비기축통화국은 기축통화국보다 재정지표를 더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11개 비기축통화국은 IMF 기준 선진 35개국 중 미국 달러와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과 체코, 덴마크, 홍콩,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몰타,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을 의미한다.

11개 비기축통화국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북유럽 강소 4개국(덴마크·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

이들 국가의 정부 부채 비율은 2019년 43.9%에서 51.3%로 7.4%P 급등했지만 지난해 47.9%로 3.4%P 감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속도를 감속하는 정도가 아니라 재정 정상화 차원에서 아예 유턴한 것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사태 첫 해인 2020년에 이들은 재정 지출을 더 확대(북유럽 4개국 7.4%P vs 한국 6.6%P)하며 대응했지만, 다음 해인 2021년엔 전년 확대폭의 약 절반 수준을 되돌림(-3.4%P)하면서 한국(2.8%P)과 대조를 이뤘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2년간 한국의 정부 부채비율이 9.4%P 급등하는 동안 북유럽 4대 비기축 통화국은 4.0%P 증가에 그쳤다. 북유럽은 아니지만 역시 재정 강국인 이스라엘 역시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정부 부채비율을 58.8%에서 70.7%까지 11.9%P트 늘렸지만 지난해 68.0%로 2.7%P를 되돌렸다.

한국은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등 재정 건전성 목표를 법제화하는 재정준칙을 제정하는 방안이 국회에 계류도 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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