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관광유통단지 장기 표류… 3단계 추진 의지도 ‘실종’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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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마트·콘도 등 미적미적
허가 경남도 “김해시·롯데 탓”
사업 미뤄도 법적 제재는 미흡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준공 예정이었던 대형마트 부지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이경민 기자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준공 예정이었던 대형마트 부지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이경민 기자

경남 최대 복합쇼핑몰인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이 26년째 장기표류 중이다. 적자 누적과 사업성을 이유로 시행사인 롯데 측이 계획 변경을 반복하는 데다, 허가권자인 경남도는 김해시와 롯데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서 마지막 3단계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은 경남도와 롯데가 1996년 협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신문동 87만 8000㎡ 부지에 1조 2974억 원을 들여 물류센터·아울렛·스포츠센터·호텔·테마파크·워터파크 등을 짓는 사업이다. 하부공사 후 건축물을 세우는 상부공사는 1~3단계에 걸쳐 진행 중이다.

1단계 사업은 2005년과 2008년 각각 농수산물센터, 아울렛·물류센터가 문을 열며 마무리됐다. 이어 2013년 아울렛 증축, 2015년 워터파크 준공으로 2단계 사업도 마침표를 찍었다.



문제는 3단계 사업인 스포츠센터·테마파크·호텔·콘도·대형마트 준공이 지연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2016년 9월 착공 후 6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스포츠센터(수영장)만 지난해 6월 공사를 마쳤고, 나머지 공정률은 테마파크 45%, 호텔 2.2%, 대형마트·콘도 0%이다.

다만 김해시의 요청으로 2024년 전국체전에 대비해 호텔은 그해 7월까지 짓겠다고 약속했다. 롯데 측은 지난 8월 관광호텔에서 취사가 가능한 가족형 호텔로 허가사항을 변경하고 10월 착공했다. 워터파크·테마파크를 찾는 가족 방문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스포츠센터는 지난해 6월 말 준공했으나 아직 문을 열지 못했다. 운영권과 부지 소유권 기부채납 문제를 두고 김해시와 롯데 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는 롯데가 수익성을 따져 소위 돈이 되는 사업만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의 반응도 냉담하다. 김해시의회는 그동안 빠른 준공과 개발이익금 환원을 촉구해왔다.

한 시의원은 “돈이 되는 아울렛 사업만 적극적으로 추진한 모양새”라며 “지역 방문객을 수용하는데 필요한 호텔 등의 조성사업은 등한시하고 있다. 김해관광유통단지에 투입한 시비를 고려할 때 롯데 측이 김해시민을 위해 기여한 점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대형마트·콘도 조성사업은 안갯속을 걷고 있다. 사업성이 낮아 롯데 측에서 토지이용계획 변경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워터파크 부진 등으로 연 70억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원안대로 실행하면 더 큰 손실이 난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김해관광유통단지를 부산 오시리아관광단지에 버금가는 복합쇼핑몰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려면 대형마트 보다는 콘텐츠를 강화한 쇼핑몰이 적합할 것”이라며 “조속히 사업을 완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승인권자인 경남도는 일단 원안대로 추진하라는 입장이다.

경남도 공항철도과 관계자는 “원안대로 대형마트를 세우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하지만 김해시와 롯데가 주민, 시의회 의견을 청취하고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을 마련한다면 변경 승인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해 김해시와 롯데 측에 공을 넘겼다.

경남도가 요구한 대로 이행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반복되는 계획 변경으로 미적대는 롯데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우리도 빨리 사업을 처리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협약서를 작성할 때 마련한 제재는 하부사업에만 한정해 2013년 9월 하부사업을 완료하면서 시효가 끝났다”며 “상부 시설 사업 진척 여부는 오롯이 롯데 사업 의지에 달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2019년 3월 경남도, 김해시, 롯데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꾸리고 공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8차례 회의를 열었다”며 “곧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다. 롯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업추진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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