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없고 시설 고장나고… 가로등만 남은 ‘엔터테이너 거리’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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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게이트’ 15대 작동 멈춰
‘부산 연예인 영상’ 꺼진 채 방치
‘음악 다방’ 거리 숙식 시설 전락
콘텐츠 빈약, 시민 외면 받아

2017년 조성한 중구 ‘엔터테이너 거리’가 완공 후 5년도 안 돼 흉물로 전락했다. 엔터테이너 거리에 설치된 ‘스타 게이트’ 15대 기기 모두 작동을 멈춘 상태다. 김준현 기자 2017년 조성한 중구 ‘엔터테이너 거리’가 완공 후 5년도 안 돼 흉물로 전락했다. 엔터테이너 거리에 설치된 ‘스타 게이트’ 15대 기기 모두 작동을 멈춘 상태다. 김준현 기자

부산 문화·예술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예산 12억 원을 투입해 지난 2017년 조성한 중구 ‘엔터테이너 거리’가 완공 후 5년도 안 돼 흉물로 전락했다. 잦은 시설물 고장과 콘텐츠 부족으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시설은 고장 이후 장기간 방치되면서 ‘노숙자 쉼터’로 이용되는 실정이다.

18일 현재 중구 광복동 엔터테이너 거리에 설치된 ‘스타 게이트’ 15대 기기 모두 작동을 멈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기마다 송해 선생을 비롯해 부산을 빛낸 연예인 14명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이 재생되는 핵심 설치물이지만 가로등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인근 주민들조차 작동 여부에 관심이 없을 만큼 방치된 상태다. 엔터테이너 거리의 한 상가 주인은 “일반 가로등인 줄 알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다”며 “요즘에는 작동하는지 안 하는지도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구청에 따르면 스타 게이트는 잦은 고장으로 인해서 현재는 일괄적으로 꺼진 상태다. 센스 등 민감한 전자기기로 구성돼 있다 보니 바닷바람이나 비에 취약해 사소한 고장이 잦아 민원이 많았고, 결국 내년 상반기 보수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패널을 꺼두는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스타 게이트 보수에만 예산 5200만 원 정도가 소요됐다는 게 중구청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스타 게이트 기기의 내구성이 바다에 인접한 광복동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남포역 5번 출구 앞에 있는 음악 부스에는 라면봉지, 빈 막걸리 병 등 악취를 풍기는 생활 쓰레기가 방치됐고, 기기가 고장 나 있었다. 부산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중구청은 쓰레기를 치우고 기기 수리에 들어갔다. 김준현 기자 지난 6일 남포역 5번 출구 앞에 있는 음악 부스에는 라면봉지, 빈 막걸리 병 등 악취를 풍기는 생활 쓰레기가 방치됐고, 기기가 고장 나 있었다. 부산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중구청은 쓰레기를 치우고 기기 수리에 들어갔다. 김준현 기자

엔터테이너 거리 내 또 다른 핵심 설비이자 1950~1980년대 히트곡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 다방’도 고장이 잦은 편이다. 음악 다방은 엔터테이너 거리 입구에 음악 감상실처럼 조성돼 있으나, 잦은 기기 고장으로 노숙자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됐다.

한 노숙자는 음악다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실제로 해당 노숙자를 만나기 위해 또 다른 노숙자가 음악다방을 찾았다. <부산일보>가 취재에 들어가자 앰프 고장을 확인한 중구청은 관련 업체에 긴급 수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중구청은 시설물 보수와 콘텐츠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2023년 예산안에 8000만 원을 확보한 상태다. 중구청 관계자는 “구청 관계자가 매일 시설물을 점검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언제 고장 났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면서도 “앤터테이너 거리 취지에 맞춰 내년 1, 2월에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결정할 것이다”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한편 엔터테이너 거리는 2017년 중구청이 12억 원(국비 6억 원, 시비·구비 각각 3억 원)을 투입, BIFF 광장에서 광복쉼터까지 총 630m에 걸쳐 조성했다. 연예인을 주제로 이색 볼거리 등을 제공해 유동 인구를 늘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준공 초기부터 콘텐츠가 빈약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고, 현재는 주요 설비가 고장나면서 사실상 방치된 실정이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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