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 여성 갑상선 질환 적극 치료해야”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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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 & 베스트 클리닉] ⑫ 김용기 내과의원 김용기 원장의 내분비 클리닉

목 주변 근육 유착 있으면 암 의심
수질암·역형성암은 예후 안 좋아
크기 작아도 위치 따라 수술 필요
출산 후 해조류 과다 섭취 피해야

김용기 원장이 갑상선 결절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환자의 목 주변을 손으로 촉진하고 있다. 김용기내과의원 제공 김용기 원장이 갑상선 결절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환자의 목 주변을 손으로 촉진하고 있다. 김용기내과의원 제공

대한내분비학회 회장과 대한당뇨병학회 회장을 역임한 김용기 원장은 국내 내분비질환 치료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대학병원 수준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내분비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분비내과 전문의 숫자만 8명이다.


-갑상선 질환 치료를 받기 위해 오는 환자들 중에 ‘제가 갑상선이 있나요’ 혹은 ‘제가 갑상선인가요?’라고 묻는 환자들이 있는데.

“많은 분이 갑상선을 병명으로 오인하곤 한다. 그래서 ‘갑상선이 있나요’라고 묻곤 하는데 갑상선은 병명이 아니고 우리 인체의 내분비기관이다. 그래서 ‘갑상선이 있나요’라고 묻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갑상선 질환이 있으면 임신이 안되고 유산 위험이 커진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갑상선 질환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적극적으로 갑상선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임신을 앞두고 있는 여성이 갑상선 질환이 있을 때는 치료를 잘한 후에 임신하도록 권한다. 기능 항진증이 있는 경우에는 임신이 잘 되지 않는데 치료 후 정상 상태에서 임신하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임신이 된 후에는 항갑상선제를 사용해 혈중 호르몬을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 만약 조절을 안 하면 조산, 유산, 기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신 중에 갑상선 질환 치료약을 복용해도 태아에게 해롭지는 않다.”

-갑상선에 생기는 결절(혹)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발병하는데 그중에서도 어떤 경우에 암의 가능성이 높은가.

“갑상선 결절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결절이 발견됐을 때 악성일 가능성은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다. 또 과거에 치료를 위해 목 부위에 방사선 조사를 받았을 경우 암 발병률이 높고 갑상선 혹을 만졌을 때 단단하거나 목 주변 근육에 유착이 있다면 암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쉰 목소리가 나거나 음식을 삼킬 때 지장이 있을 때도 의심을 해봐야 한다.”

-갑상선암 중에서도 유두암과 여포암은 예후가 좋은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수질암과 역형성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데 기대여명이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는 유두암이 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여포암이 5~6% 정도다. 그리고 나머지가 수질암, 미분화암, 역형성암이다. 유두암과 여포암은 수술을 하고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치료가 가능하다. 반면 수질암은 예후가 좋지 않다. 역형성암이나 미분화암은 예후가 더 안 좋아 1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 크기가 작으면 수술을 안 해도 된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착한 암이라는 것은 서서히 자라고 수술 후 재발과 전이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다. 하지만 착한 암도 암이기 때문에 철저한 치료를 해야 한다. 갑상선암의 크기가 1cm 이하면 수술이 필요 없다거나, 조직검사도 필요 없다는 말을 간혹 하는데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암이 피막 가까이 붙어 있거나 기관지나 식도, 혈관 주위에 있어서 침범할 위험이 있으면 조기에 수술해야 한다. 갑상선암이 아주 천천히 자라면 두고 볼 수도 있지만 모두 그런 것이 아니고 선택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수술을 할 것인지, 적극적 관찰을 할 것인지 사이에서 결정이 쉽지 않다. 어떤 경우에 적극적인 관찰을 해도 되나.

“크기가 아주 작고 주변의 다른 주요 장기에 인접해 있지 않고, 수술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은 노령 환자의 경우는 지켜볼 수도 있다. 암 사이즈가 커지는지, 주변 임파선이 커지는지, 주변 피막을 침범하는지 등을 철저하게 체크하다가 위험신호가 보이면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지켜보면서 다음에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갑상선 질환이 있는 사람이 해조류를 먹어도 되나.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요오드를 적극적으로 제한해야 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일상적인 식사 중에 먹는 해조류는 제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출산 후 몇 달에 걸쳐 미역국을 과하게 섭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요오드를 많이 섭취하게 되고 갑상선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산후 갑상선질환이 우리나라와 일본에 많은데 미역국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내분비질환의 일종으로 알려진 고프로락틴 혈증은 어떤 질환인가.

“프로락틴은 출산 후 젖을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프로락틴의 수치가 높아지면 수유기가 아님에도 유즙이 나오거나 무월경, 생리불순 증상이 나타난다. 약물이 원인인 경우 약물을 중단하면 좋아지고, 뇌하수체 종양이 있는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성장호르몬과 연관이 있는 거인증과 말단비대증의 원인은.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성장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 거인증이 되고, 성장판이 닫히고 난 뒤에 키는 자라지 않고 손 발 코 턱 같은 말단부위만 커지는 것이 말단비대증이다. 미국 여배우 브룩실즈가 말단비대증으로 고생한다는 보도가 난 적이 있다. 말단비대증과 거인증은 성장 호르몬의 과잉이고 그 원인은 뇌하수체의 종양이다. 종양을 제거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밤차’로 유명한 가수 이은하 씨가 쿠싱증후군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밝히기도 했는데 어떤 질환인가.

“인체에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과잉 분비돼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코르티솔이 많아지면 중심성 비만이라고 해서 팔, 다리보다 몸통이나 배가 뚱뚱해진다. 달덩이처럼 동그랗게 얼굴이 변하거나 쉽게 멍이 들기도 한다. 치료는 뇌하수체 혹은 부신의 혹을 제거하면 된다. 약물로 인한 쿠싱병이라면 약물을 중단해야 한다.” -끝-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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