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군 “송전선로 땅 밑으로” vs 한전 “돈 많이 들어 안 돼”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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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장안 지상 철탑 27기 추진
양측 이견 6년째 안 좁혀져
‘군민서명’ 진행 갈등 격화 조짐

사진은 경남 밀양 일대 송전탑 전경. 연합뉴스 사진은 경남 밀양 일대 송전탑 전경.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전력 수급을 원활하게 하겠다며 부산 기장군에 9km 길이의 신규 송전철탑 건립을 추진하자 지역 주민들이 지중화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한국전력 측은 예산 문제 등으로 지중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라 갈등 봉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19일 부산 기장군청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 남부건설본부(이하 한전)는 기장군 일대에서 ‘154kV 기장~장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기장읍, 일광읍, 정관읍 3곳을 경유하는 약 9km 구간에 송전철탑 27기를 세우는 사업으로 한전은 올 9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을 받았다. 이후 올 10월부터 송전선로 건설사업 보상계획을 발표하고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전은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산단, 일광신도시 등 기장군 일대에 안정적 전력수급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2016년 이전부터 건설사업을 추진해 왔다. 한전 측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착공을 거쳐 2025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장군 주민들은 고리원전 등에서 나오는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송전선로가 기장군에 이미 많이 설치돼 있다면서 송전선로 지중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기장군 5개 읍면 중 4곳에 293개의 크고 작은 송전철탑이 건설돼 추가 송전선로 설치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주민들은 한전이 추진 중인 송전선로 설치 구간에 기장의 명산인 일광산과 달음산이 포함돼 자연경관을 크게 훼손하고, 일광신도시와 장안택지 등 개발 중인 신도시와 인접해 있어 지중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지난 14일 한전을 찾아 송전선로 건설사업 지중화를 촉구했다. 기장군의회도 지난달 ‘154kV 기장-장안 송전선로 건설사업 지중화 요구를 위한 범군민 협력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기장군청은 지난달부터 지중화 사업을 촉구하는 범군민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한전 본부장과의 만남에서 “송전선로 건설을 경제성 측면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장기적 지역발전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송전선로 지중화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하여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만약 지중화가 수용되지 않으면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한전 측도 예산 문제, 공사의 어려움 등으로 지중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송전철탑 건설 비용은 332억 원가량이다. 하지만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면 지하 굴착 비용, 지하시설 설치 비용 등이 추가돼 예산이 약 2000억 원(2019년 기준)으로 크게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공사 진행을 위해 국도를 점용해야 하는 등의 시공상의 어려움도 있어 지중화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한전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철탑 부지에 대한 보상 절차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서 기장군청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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