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불꽃축제 잘 즐기셨나요? 이젠 '갈매기'도 생각해 주세요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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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일대 갈매기 주 서식지
굉음에 노출, 새 서식에 악영향
불꽃 찌꺼기 해양오염 논란도

불꽃축제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단체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갈매가 환송제’를 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불꽃축제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단체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갈매가 환송제’를 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사람에게는 축제지만 새에게는 전쟁이 될 수도 있어요.”

지난 17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부산불꽃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축제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불꽃축제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꽃축제가 끝난 밤부터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불꽃축제가 새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글이 대거 올라왔다. 한 SNS 이용자는 '터지는 불꽃을 보며 사람들이 환호하는 동안, 동물들은 귀를 막고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서울세계불꽃축제’ 때에도 철새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부산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꽃이 터질 때 나는 굉음은 새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소리에 놀란 새들이 날아가다 서로 부딪혀 죽는 일도 발생한다. 불꽃놀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악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불꽃축제에서는 오후 7~8시에 60여 분간 폭죽 약 8만 발이 발사됐다. 한 시간 동안 빛과 소음에 노출된 새는 쇼크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특히 빛보다 소음에 더 취약하다.

부산에서 비슷한 현상이 관측된 적도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의 관계자는 “삼락생태공원에서 근무할 때 근처에서 불꽃 행사가 있었다. 깜짝 놀란 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 시간 정도 내려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당시 진행됐던 불꽃 행사는 10분에 불과했는데도 새에게 큰 소음 공해로 다가왔던 것이다. 네덜란드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즉시 수만 마리의 새가 하늘로 솟구쳤다. 공포에 질린 새들은 고도 500m에 도달해 45분 동안 빽빽한 무리를 지어 날아갔다.

더 큰 문제는 이날 불꽃축제가 벌어진 광안리해수욕장 일대는 갈매기의 주 서식지라는 점이다. 광안리 바닷가에는 괭이갈매기·재갈매기·검은머리갈매기가 살고 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붉은부리갈매기와 같이 월동을 위해 광안리 바닷가를 찾는 철새도 있어 겨울철 불꽃놀이는 철새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해양오염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는 대통령령으로 지정된 부산연안특별관리해역이다. 불꽃을 터뜨리고 남은 찌꺼기가 떨어지면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 불꽃의 주성분인 화약에는 카드뮴, 납, 비소, 아연 등 각종 중금속이 다량 포함돼 있다. 바다에 가라앉는 불꽃 심지 등은 수거하기도 쉽지 않아 더 큰 환경 파괴를 가져온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장인 류종성 안양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지난 수십 년 간 독립기념일에 불꽃 행사를 해 왔지만 뒤처리를 기본으로 한다”며 “불꽃축제 이후 남은 찌꺼기는 분해되지 않고 바다에 그대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19일 오전 10시 해양환경 관리선을 바다에 띄워 해양 정화 활동에 나섰다. 뜰채로 바다에 떠 있는 폭죽 포장지 등을 수거하는 방식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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