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하늘을 본다는 것/김현미(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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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에 무엇이 숨겨 있나 보려고

하늘을 훔쳐보는 사람은 없다

무언가 건져 보겠다고 하늘 비친 강물에

그물을 던지는 사람도 없다

내가 누구인지 모를 때

네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을 때

그럼에도 우리들의 눈물이

아직도 뜨겁다는 것이 불가사의 해질 때

지우고 싶은 말 단 한 마디도 없는 하늘을 본다

쓰고 싶은 말 한 마디 못 새기는 하늘을 본다

(하략)

- 시집 〈호수에 조약돌 하나 던졌다 나 여기 있노라고〉 (2021) 중에서


낯선 언어의 밀도로 구성된 시가 있는가 하면, 물처럼 흐르는 언어의 시가 있을 것이다. 이 시는 흐르는 시다. 화려한 수사도 없고 시적 기술도 없다. 자연스럽게 하늘을 쳐다보게 하는 시다. 시인이 보고 있는 하늘엔 ‘하늘 비친 강물에 그물을 던지는 사람’도 없고 ‘지우고 싶은 단 한마디’의 말조차 없다. 능연필연(能然必然), 능히 그러하고 반드시 그러한 우주의 덕목을 보이고 있는 하늘이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자. 추운 겨울의 하늘은 쨍! 하는 견고한 정신의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시인의 시어처럼 우리들의 눈물은 아직 뜨겁고 그 눈물은 언제나 불가사의한 것이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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