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된 거제시 행정타운, 이젠 ‘돈 먹는 하마’ 걱정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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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산정 오류… 공정 65%서 표류
수입은커녕 시비 수십억 투입할 판
완공돼도 입주 기관 채울지 의문
“주먹구구식 사업이 화근” 비판도

거제시 행정타운이 조성될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 공사 현장. 현재 공정률은 65%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 행정타운이 조성될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 공사 현장. 현재 공정률은 65%다. 거제시 제공

경남 거제시 행정타운 조성이 진퇴양난이다. 공사 과정에 발생하는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난해한 사업 방식 탓에 4년 넘게 하세월 하다 겨우 대체 사업자를 찾았지만, 골재 부존량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사업 정상화를 위한 재정 지원 요구에 시의회가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다시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거제시에 따르면 최근 시는 국가공인기관에 행정타운 부지에 대한 사토량과 공사비 원가 재산정을 의뢰했다. 결과는 내년 2월께 나온다. 시는 이를 토대로 사업 방향을 다시 설계할 계획이다.

거제시 행정타운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행정환경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에 9만 6994㎡ 규모 공공시설 부지를 조성, 경찰서와 소방서가 입주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추정 사업비는 부지 조성비 310억 원에 보상금 등을 합쳐 426억 원으로 잡았다. 시 자체 사업이라 사업비는 원칙적으론 시가 부담해야 한다.

이에 시는 사업 현장에서 얻는 암석 등 골재를 팔아 사업비를 충당하는 조건으로 2016년 (주)세경건설 컨소시엄에 공사를 맡겼다.

특히 암석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판매 이익금 중 약 100억 원을 정산 받기로 했다. 계획대로 라면 거제시는 재정 부담 없이 10만여㎡의 부지와 100억 원의 세외 수입을 얻는다. 그러나 건설 경기 침체에다, 고현항 매립 등 핵심 연계 사업 지연으로 골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공정률 12%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 세경 측이 이익금 정산을 차일피일 미루자 거제시는 협약을 파기하고 새 사업자를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 이익금 배분 조항을 없애고 공사비도 378억 9000만 원으로 낮췄다. 그런데도 1, 2차 공모에 단 1곳도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그러다 3차 공모에서 대륙산업개발(주) 컨소시엄이 낙점돼 2020년 4월 공사를 재개했다. 이후 2년여 만에 공정률 50%를 넘어서며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최근 암석 부존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 중단 위기를 맞았다. 골재로 판매할 수 있는 발파암이 당초 예상한 233만㎥보다 60만㎥나 적은 170만㎥ 정도에 불과했다.

부지 정지 공사 현장 암석 부존량이 적어 당초 계약대로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토사량은 많아 처리비용만 늘고 있다. 거제시 제공 부지 정지 공사 현장 암석 부존량이 적어 당초 계약대로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토사량은 많아 처리비용만 늘고 있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는 뒤늦게 사업 협약서를 변경해 부족한 공사비를 보전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와 사업자는 앞서, 처리 비용이 드는 토사 발생량을 17만㎥로 예측했다. 하지만 막상 파 보니, 공정률 65% 시점에 73만㎥를 넘었다. 이 처리비용만 40억 원 이상이다. 반대로 줄어든 골재량까지 고려하면 정상화를 위해선 당장 최소 60억 원이 더 필요하다.

거제시 관계자는 “돌이 적게 나오고 흙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2024년 3월 준공 목표를 맞추려면 일정 부분 시비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시의회는 영 마뜩잖다는 표정이다. 김두호 의원은 “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시의회 통과도 쉽지 않다. 설령 지원해도 공기는 1~3개월 정도 당겨질 뿐”이라고 짚었다.

김영규 의원은 “충분한 행정적, 사법적 검토가 선행돼야 하다”고 했다.

면밀한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밀어붙인 게 화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정부담 줄이려다 점점 행정의 발목을 잡는 계륵이 돼 가고 있다”면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마무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거제시 행정타운 토지 이용 계획도. 거제시 제공 거제시 행정타운 토지 이용 계획도. 거제시 제공

한편, 행정타운 입주를 놓고 불거진 거제경찰서 이전 갈등도 여전히 평행선이다. 거제시는 애초 거제경찰서와 거제소방서를 양대 기관으로 행정타운 밑그림을 그렸다. 공공청사 용지 4만 1345㎡ 중 3분의 2가 넘는 2만 8738㎡가 두 기관 몫이다. 1986년 지은 노후 청사로 버텨온 거제경찰서는 일찌감치 청사 신축 예산까지 확보해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행정타운 지연우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자 입주 포기를 선언하고 장평택지개발지구를 대체지로 낙점, 절자를 밟고 있다. 하지만 거제시는 여전히 행정타운 입주를 고집하며 도시계획변경 요청을 보류해 놓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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