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바뀌자 ‘폐항’ 대신 ‘확장’… 정치 바람에 휘둘리는 '울산공항'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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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전 시장 ‘폐항’ 공론화
활주로 짧아 항공 수요 불투명
에어부산, 내년 3월 후 단항 검토
울산 정치권 ‘노선 유지’ 압박
김두겸 현 시장, 신공항 경쟁 선언
지역사회도 존폐 두고 찬반 팽팽

에어부산의 울산공항 노선 단항 움직임에 울산 정치권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울산공항 존폐를 두고 다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울산공항. 울산시 제공 에어부산의 울산공항 노선 단항 움직임에 울산 정치권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울산공항 존폐를 두고 다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울산공항. 울산시 제공

지방 소규모 공항의 ‘도미노 단항(운항 중단)’이 계속되는 가운데 울산공항에서도 단항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에어부산의 울산공항 단항 방침에 울산 정치권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다. 울산에서는 전임 시장 시절에 울산공항 ‘폐항’ 논의가 공론화됐지만 시장이 바뀌자 ‘공항 확대’로 방침이 바뀌면서 논란을 키우는 모습이다.



■노선 빼려는 항공사, 막는 정치권

20일 울산시와 에어부산 등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올해 동계 스케줄(내년 3월까지) 이후 울산공항에서 더 이상 운항을 하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2km에 불과해 특정 항공기만 착륙할 수 있고 항공 수요 회복도 더디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11월 울산공항의 운항 횟수와 여객 수는 전년보다 각각 40.8%와 36.5% 감소했다. 현재 울산공항에는 에어부산과 대한항공, 하이에어 등이 정기편을 운항한다.

에어부산은 소형 기종인 A320을 울산공항에 투입해 서울과 제주 노선 등을 운항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보유 항공기 수가 줄어들면서 울산공항 노선을 운영하기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은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과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을 비롯해 산업은행의 ‘관리’까지 받으면서 항공기 수가 줄었다.

울산공항에서 코로나19 이전에도 노선을 운항하던 에어부산이 단항 움직임을 보이자 울산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주민 편의를 위해 에어부산이 울산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울산 지역 국회의원 등이 에어부산에 단항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바뀐 후 ‘공항 확대’로 급변

울산시가 전 시장 시절 울산공항 ‘폐항’을 공론화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단항 반대는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송철호 당시 시장은 “울산공항은 미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미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 시장은 울산공항을 폐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폐항이 공론화됐던 울산공항은 시장이 바뀐 이후 ‘확대’로 정책이 급변했다. 김두겸 시장은 7월 “최소한 울산공항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울산공항을 옮겨야 한다”면서 “경주와 포항을 아우르는 ‘신라권 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덕신공항, 대구·경북 신공항에 이어 울산까지 독자적인 ‘신공항’ 경쟁을 선언한 셈이다.


■시민들도 존폐 논란 가세

울산 지역사회에서는 울산공항 존폐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울산공항이 위치한 북구와 인근 중구의 일부 주민은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공항 폐쇄나 이전을 원하는 분위기다. 울산공항의 고도 제한을 풀어 지역 발전 계기로 삼자는 입장이다.

울산시민연대는 “울산공항 확장이나 울산국제공항 신설 등은 현실성이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공항을 이전하거나 폐지하고 울산공항 폐부지 활용 등 도시 변화를 추동할 미래 비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공항 유지 또는 확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지역 상공계는 물류 허브 구축과 산업 재도약을 위해 울산공항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역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원활한 비즈니스 활동과 도시의 국제화를 위해 울산공항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올해 7월부터 내년 2월까지 울산공항 활용 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용역에서는 울산공항 현황 조사와 문제점 분석, 신공항 건설과 광역교통망 구축에 따른 장래 항공 수요 분석, 공항 이전 가능 여부와 이전 적지 분석, 공항 이전 시 주민 불편 최소화와 부지 활용 방안 등을 살펴본다. 울산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경제수도 울산의 위상에 어울리는 울산공항 미래 발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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