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낙동강 물 마셔도 괜찮나” 부산시, 건강영향조사 제안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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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원 이용 시민 건강 우려
10만 명당 암 사망률 전국 1위
4대강 다른 지역과 비교 요청
조류 경보 등 수질 오염 시달려
환경부 “가능 여부 검토 후 결정”

부산시가 낙동강 하류의 물이 부산·경남 지역 주민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달라고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공식 제안해 귀추가 주목된다.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와 부경대 연구팀이 최근 경남 김해 매리취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소를 조사하기 위해 강물을 채취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낙동강 하류의 물이 부산·경남 지역 주민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달라고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공식 제안해 귀추가 주목된다.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와 부경대 연구팀이 최근 경남 김해 매리취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소를 조사하기 위해 강물을 채취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낙동강 하류의 물이 부산·경남 지역 주민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달라고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공식 제안했다.

부산 시민의 기대수명이 다른 시도보다 낮고, 암 발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이유가 ‘물’로 의심되는 만큼, 낙동강 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규명해보자는 것이다.

대기질과 관련된 조사는 있었지만, 식수를 둘러싼 건강영향조사는 지금껏 시행된 적이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시는 수질오염 취약 지역인 낙동강 하류를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지역 주민의 건강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제안했다고 20일 밝혔다. 부산 지역은 90% 이상의 물을 낙동강 하류인 물금, 매리에서 끌어와 정수해 마신다. 시로부터 제안을 전달받은 환경부는 건강영향조사 가능 여부를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사는 어떻게?

건강영향조사는 환경 오염에 취약한 지역에서 환경 유해 요소가 주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조사다.

시는 낙동강 물의 영향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4대강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보자는 의견을 냈다. 부산을 포함한 낙동강 수계 2~3개소를 표본조사군으로 선정하고, 한강이나 금강, 영산강 수계 1~2개소를 대조비교군으로 두는 방식이다.

시의 제안서에 따르면 조사는 환경부 지정기관인 환경보건센터가 맡는다. 조사 항목은 미량 유해물질이나 소독 부산물 등과 같은 환경 유해인자 등을 기관과 논의해 선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시는 환경노출조사나 건강영향조사를 통해 쌓은 데이터를 향후 단계적으로 추적 조사해 모니터링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암 발생률 1위 오명

시는 사업을 제안하면서 붙임 자료로 부산 시민의 건강 지표와 낙동강 수질 현황 자료도 함께 제출했다.

시는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 원인 통계자료와 지역별 기대 수명 등을 담은 생명표 통계자료를 인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지역은 암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부산의 표본인구 10만 명당 암 사망자 수는 92.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부산의 경우 기대수명도 다른 지역에 비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2017년 출생아 기대수명은 81.9세로 전국에서 가장 짧았다. 2020년 출생아의 경우 82.7세로 충북(82.6세), 경북(82.6세) 다음으로 낮았다.

시는 점점 나빠지는 낙동강의 수질 지표도 함께 첨부했다. 부산의 식수원인 낙동강 물금, 매리 지역은 196일 동안 역대 최장 조류 경보가 이어지는 등 심각한 수질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올여름(6~9월)에는 54일 동안 4~6등급(고도 정수 등 처리 후 공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수질을 보이기도 했다.

시는 20년 전보다 낙동강 수계 산업단지가 2배 이상 증가한데다 특정 폐수 발생량은 9배 정도 증가한 점도 명시했다. 상수원의 화학물질 수질오염 사고도 4대강의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며, 평균 매년 4건 이상 발생하는 점도 명시했다.

시는 그동안 대기질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건강영향조사를 먹는 물의 영역으로 확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낙동강 수질 오염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시민의 건강 지표가 지속적으로 나빠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건강영향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 이근희 환경물정책실장은 “기대 수명이나 암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물뿐만은 아닐 수 있지만 식수원에 대한 부산·경남 지역민의 불안이 큰 만큼 낙동강 물이 지역민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를 해보는 것 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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