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현안 무시·방관, 존재감 없는 부산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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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발언 지난해 절반도 안 돼
현안 적극 나서 지역 기대 부응해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 부산 지역 당선자들. 왼쪽부터 해운대구을 김미애, 서구동구 안병길, 남구갑 박수영, 동래구 김희곤, 금정구 백종헌, 수영구 전봉민, 연제구 이주환, 중구영도구 황보승희, 기장군 정동만 당선자. 부산일보DB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 부산 지역 당선자들. 왼쪽부터 해운대구을 김미애, 서구동구 안병길, 남구갑 박수영, 동래구 김희곤, 금정구 백종헌, 수영구 전봉민, 연제구 이주환, 중구영도구 황보승희, 기장군 정동만 당선자. 부산일보DB

국회에서 부산 의원들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부산일보>가 국회회의록 원문을 찾아 부산 의원들의 발언 수를 분석해 21일 밝힌 결과를 보면 그런 이야기가 사실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에 따르면 올해 부산 의원들이 국회에서 한 발언 수가 지난해의 20~50% 수준이라고 한다. 여야의 첨예한 갈등으로 국회 파행이 길어진 탓에 발언 기회가 적었던 점을 고려해도 그 감소폭이 현저해서 놀라울 따름이다. 중진 그룹에 속하는 의원들조차 근래 발언을 크게 줄였다고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부산을 대표해 중앙정치 무대에 오른 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셈이라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초선 의원들에게서 실망의 정도가 더 크다. 이들의 국회 입성 후 한 해 발언 수가 1000회가 채 못된 것이다. 도대체 의원으로서 국회에서 무엇을 하고 시간을 보냈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오죽했으면 ‘유난히 조용한 초선 의원’이라는 비꼬는 투의 말까지 나올까. 예전엔 안 그랬다. 현재의 다선 의원들은 대부분 초선 시절 한 해 발언 수가 1000회를 훨씬 상회했다. 해마다 3000회 가까운 발언을 한 의원도 있다. 초선 의원에게는 흔히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 의정을 끌어 가는 결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결기는커녕 오히려 국회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하니 한심하다 하겠다.

존재감이 없으니 지역 현안을 제대로 챙길 리도 만무하다. 올해 부산 의원들이 국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로는 ‘엑스포’ ‘청와대’ ‘문재인 정부’ ‘민주당’ 등이 제시됐다.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가 워낙 중대한 사안이다 보니 엑스포가 자주 언급된 건 당연하거니와, 그 외 청와대나 문재인 정부 등이 두드러진 건 아쉽다. 여야 정쟁의 와중에 의원들이 서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치중한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산업은행 본사 이전 등 부산의 화급한 현안에 대해선 다선·초선을 막론하고 언급하는 이가 드물었다. 지역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시쳇말로 무엇이 중한지를 묻게 된다.

안 그래도 의정 활동이 지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받는 부산 의원들이다. 며칠 전에는 임기 절반을 넘기는 동안 공약 이행률이 25%에 그친 점이 드러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중앙 정치 이슈에 적극 대응하는 건 당연한 의무일 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역 현안을 무시하고 방관하는 행태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 가덕신공항 조기 준공, 산업은행 본사 이전 등 화급한 현안이 부산에 첩첩이고, 지역 의원들이 거기에 제대로 역할을 하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2년 후 총선에서 당선 여부를 가르는 건 그런 주문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의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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