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정치와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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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2월 11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야당 의원들만이 참석한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가결했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것은 헌정 사상 8번째이고, 1년이 채 안 된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국회에서는 장관 해임 건의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고, 법적 논란도 적지 않다. 국회를 통과한 국무위원 해임 건의의 구속력은 물론 해임 사유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 건의

발의 때마다 위법·위헌 논쟁 격화

헌법재판소, 법적 구속력 없다 결정

헌법 이론 아닌 정치적 상황이 변수

제대로 사용할 때 치명적 무기 의미

명검의 가치 사장하는 정치 아쉬워

이 법적 논란은 헌법 제63조가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이 해임 건의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하여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속력이나 해임 사유 등에 대해 규정하지 않고 있음에 기인한다.

국회의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 건의권은 대통령이 갖는 국무위원 임명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장치로서, 변형된 대통령제의 제도적 징표다. 국무위원 해임 관련 규정은 1952년 헌법에서 민의원의 ‘국무원 불신임 결의’로 처음 도입되었지만, 현행 헌법에서와 같이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의 형태로 규정된 것은 제3공화국 헌법에서부터였다.

다만 제3공화국 헌법은 국회의 해임 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에서, 제4·5공화국 헌법은 ‘해임 의결권’을 규정하고 국회의 해임 의결을 대통령이 반드시 따르도록 했다는 점에서, 현행 헌법 규정과 차이가 있다.

현행 헌법은 국회의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 건의 의결이 대통령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가에 대해 정한 바 없다. 때문에 국회의 견해를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은 것이 대통령의 정당한 행위인지가 위법·위헌 논쟁으로까지 격화된 바 있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의 하나로 등장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헌법재판소는 ‘해임 건의권’의 의미를, 임기 중 아무런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대통령 대신에 그를 보좌하는 국무위원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대통령을 간접적이나마 견제하고자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리고 국회의 해임 건의는 대통령에 대해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해임 건의에 불과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국회 해임 건의 수용 여부는 국회의 결정을 정치적으로 존중할 것인지의 문제이지 법적인 문제는 아닌 것이다. 실제로 이전에 국무위원 해임 건의가 수용되었던 경우들도 당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해임 건의권은 제도적으로 해석하고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국회의 해임 건의가 전혀 기속력이 없다고 해석하면 정치적 행위로서의 해임 건의는 헌법 규정이 없어도 가능한 것이고, 반대로 국회의 해임 건의가 기속력이 있어서 대통령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면 국회해산 제도가 없는 현행 대통령제 정부 형태의 구조적인 골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해임 건의권 행사 사유에 대해서도 헌법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탄핵소추 사유와 달리 직무 수행상의 위헌·위법적인 경우는 물론 스캔들이나 업무상의 무능력 등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임 건의의 사유와 횟수에 있어 아무런 제한이 없는 국회의 해임 건의권은 오히려 무의미한 전시적인 통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의 해임 건의가 갖는 기속력의 강약이나 그 사유의 정당성은 해석론이나 헌법 이론의 문제가 아니다.

해임 건의가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정치 상황의 여러 변수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보아야 한다. 바로 이곳에 우리 국회의 해임 건의권의 개방성과 정치성이 있다.

우리 헌법은 국회에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 건의를 의결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할 수 있는 강력한 칼을 주었다. 그런데 이 칼은 극히 정치적인 사용법을 지녔다. 그래서 이 칼은 꼭 써야 할 때를 가려서 제대로 꺼내 들어야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초등학교 사회 개념 사전에 의하면, 정치란 사람들 사이에 서로 생각이 다르거나, 혹은 다툼이 생겼을 때 이것을 해결하는 활동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이 배우는 이러한 정치의 의미를, 정치를 업으로 하는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모르는 것 같은 여의도의 정치가 명검의 가치를 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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