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90. 닭갈비 재료가 닭갈비?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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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팀장

지난주에 했던 통닭 이야기에 이어, 실제와 거리가 있는 음식 이름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자.

*불고기: 쇠고기 따위의 살코기를 저며 양념하여 재었다가 불에 구운 음식. 또는 그 고기.

뭐,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엔 이렇게 나오지만, 다들 이렇게 음식을 하지는 않는다. 즉, 언양식 불고기나 광양식 불고기는 석쇠를 쓰니 굽는 방식이지만, 육수에 각종 면 사리를 넣어 먹는 서울식 불고기는 거의 전골에 가까워서 ‘불에 구웠다’고 표현하기가 어색한 것. ‘불’고기라기보다는 차라리 ‘물’고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가가 다락같은 요즘엔 칼국수도 1만 원을 넘나드는 시대가 됐다. 한데, 전국 어느 지역에 가도 한둘은 있는 이름난 칼국숫집에 가 보면, 대개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표준사전을 보자.

*칼국수: 밀가루 반죽을 방망이로 얇게 밀어서 칼로 가늘게 썰어 만든 국수. 또는 그것을 익힌 음식. =도면.

여기서 핵심은 ‘칼’이다. 칼로 썰어야 칼국수인 것. 이와 대척점에 있는 국수는 ‘틀국수’다. 말 그대로 ‘틀에 넣어 뺀 국수’인 것. 한데, 유명 칼국숫집에서 파는 칼국수는 대개 기계로 뽑아낸 틀국수 면을 쓴다. 이 기계면이 너무나 당당하게 칼국수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진짜 ‘칼’국수는 ‘손국수’나 ‘손칼국수’라는 이름을 달아 차별화하는 형편이다. 마치 인조 수세미가 워낙 많이 쓰이니 수세미 열매로 만든 수세미가 ‘진짜 수세미’로 불리는 것과 비슷하달까.

‘중국 음식점에서 항상 서비스로 나오던 군만두가 음식물 쓰레기를 늘리는 주범으로 몰리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어느 기사 첫 문장인데, 중국집에서는 이처럼 으레 ‘군만두’가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나오는 만두는 군만두가 아니다. 열에 아홉은 ‘튀긴 만두’인 것. 만두의 양면이나 한쪽만 노릇노릇한 게 아니라 만두피 전체가 같은 색깔이라는 게 굽지 않고 튀겼다는 증거가 된다.

한데, 실제와 거리가 먼 음식이름으로 으뜸은 ‘닭갈비’가 아닐까 싶다. 닭갈비는 한자어로 계륵(鷄肋). <삼국지연의>에서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것 없는’ 한중 땅을 가리켜 조조가 비유한 바로 그 계륵이다. 당연히, 실제 닭갈비는 빈약한 살이 조금 붙어 있을 뿐이어서 먹을 것이 없는 것.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음식 닭갈비의 주재료는 닭의 갈비가 아니라 가슴살이나 다리 살이다. 이러니 아래에 나오는 표준사전 뜻풀이는 거짓말이거나, 실제로 쓰이는 언어를 따라가지 못한 사례가 된다.

*닭갈비: 닭의 갈비. 또는 닭의 갈비로 만든 음식.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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