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부산 0교시 체육’ 반쪽짜리 전락?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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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시행 불구 시설 태부족
전교생 수용할 인프라 확충 시급
“초등 저학년 등 안전사고 위험”

2024년부터 부산 초,중학교에 0교시 체육활동이 도입된다. 사진은 부산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시교육청 제공 2024년부터 부산 초,중학교에 0교시 체육활동이 도입된다. 사진은 부산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시교육청 제공

이르면 2024년부터 부산 초·중학교에서 ‘0교시 체육’이 전면 시행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 체육 시설 부족으로 인해 ‘반쪽짜리 체육’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인프라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교생이 체육 활동을 한꺼번에 할 경우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부산시교육청은 “2024년부터 부산 초등, 중등 학교 전체에 수업 전 체육활동 시간 30분을 배정해 시행할 계획이다”고 21일 밝혔다. 교육청은 초등학교, 중학교의 경우 통상 등교시간인 오전 8시30분 부터 오후 9시까지 30분간 수업과는 별도의 체육 활동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걷기, 운동장 뛰기부터 라인댄스, 플래시몹, 브레인 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학생들의 수업 전 신체, 두뇌를 깨우고 사회성, 인성을 기른다는 취지다.


교육청은 학교 재량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도록 0교시 체육 시간에 학교별 재량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희망 학교에 따라서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고 학교스포츠클럽과 연계해 축구, 농구 등 구기종목도 수업 전 활동으로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해외의 명문 고등학교 등에서는 수업 전 체육활동으로 학생들의 학업 능력 신장 사례가 많고 체육활동을 통해 인성 교육, 사회성을 기른다는 취지다. 교육청은 내년 시범학교 2곳, 선도학교 50곳을 먼저 운영한 뒤 보완점을 찾아 내년 전체 운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범 학교와 선도 학교는 각각 2000만 원, 1000만 원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프로그램 운영, 교보재 구입 등의 용도다.

하지만 전국 최초로 0교시 체육이 부산에 도입되는 것을 두고 교육 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0교시 체육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과거와 달리 학교에 따라서는 강당, 체육관이 협소해 실질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운 곳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초등학교는 공간이 협소해 학급별로 시간대를 정해 운동장을 나눠 쓰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학생이 0교시 체육을 일괄적으로 진행할 경우 인프라 부족으로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도 높다. 부산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 내 체육시설이 부족해서 반 별로 강당을 수업 시간을 조정해서 사용하는 게 학교 현장 체육 시간의 현실이다”며 “체육 0교시 전면 시행 전 현장에 부족한 체육 인프라를 살펴보고 지원하는 것이 우선 순위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 저하와 안전 사고를 우려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수업 전 학생 상태를 파악하고 정비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과정인데 수업 전 체육 활동으로 제대로 된 수업 분위기 조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산교사노조 윤미숙 위원장은 “수업 전 학생 상태를 확인하고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초등 저학년에서 중요한데 수업 전 체육 활동 시간으로 자칫 산만한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며 “한 때 등교 후 운동장 뛰기를 일선 현장에서 유행처럼 한 적이 있는데 안전 사고 문제,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 저하가 가장 큰 폐지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해 내후년 전면 도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4차례의 학부모, 교원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고 학부모 설명회 등도 예정돼 있다”며 “학교 현장의 수업 전 체육 활동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낮은 강도의 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올해 일부 학교 시행 후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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