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8% 배당 미끼로 1000억대 사기… 피해자만 800명 ‘눈덩이’ [사건의 재구성]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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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구 연산동에 투자회사 설립
투자자 데려오면 투자금 10% 줘
돌려 막기 한계 올 4월 지급 중단
피해자 전국 확산 가정주부 많아
공매 투자 아닌 유사수신 행위
경찰, 업체 대표 부산지검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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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투자회사를 설립해 공매 물건 투자와 높은 배당금을 미끼로 1000억 원 이상을 가로챈 투자 회사 사장(부산일보 12월 12일 자 10면 등 보도)이 검찰에 송치됐다. 수사 과정에서 전국적 피해가 확인돼 피해자가 80명에서 800명으로 10배 증가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사기 등)를 받는 A 투자회사 B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과 피해자 등에 따르면 2020년 7월 B 씨는 연제구 연산동에 A 투자회사를 세웠다. 투자자를 모집하고 부동산 공매에 투자해 수익을 남기는 회사라며 물건 담당, 출자자 모집 담당, 사업 설명 담당을 따로 둬 나름의 체계를 갖춘 합법적인 업체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B 씨는 이미 유사수신, 사기 등의 전과가 있었고, 이번에도 비슷하게 사람을 끌어모았다.

정상적인 투자회사라면 부동산을 사서 얻은 수익을 투자 금액 비율에 따라 나눠줘야 했다. 그러나 A 사는 투자만 하면 월 8%의 배당금을 줬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의 10%를 주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이런 고수익은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지만, B 씨는 화려한 말솜씨로 이런 일이 왜 가능한지를 설명했다. 결국 아파트 공매 투자를 잘한다는 거였다. 투자자들은 매월 투자금의 8%가 통장으로 입금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한 피해자는 “뭔가에 씌었던 것 같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투자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불안한 부동산 투자보다 매월 배당이 확실하니 투자자들은 주변인에게 A 사를 소개하며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 주로 주부가 많았다. 이렇게 초기에 알음알음으로 진행되던 투자자 모집은 어느새 전국을 돌며 투자 유치 설명회를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B 씨는 지난해 9월과 10월엔 동업자를 내세워 비슷한 일을 하는 자산관리회사와 투자사를 잇달아 추가 설립했다. 직원만 200여 명을 넘어섰다.

투자자를 직원으로 데려가기도 했는데, 월 200만 원을 주면서 시키는 일은 딱히 없었다. 출근 뒤 설명회 보조를 하고, 주변에 투자를 권유하는 게 전부였다. 60대 피해자 C 씨는 “신의 직장 같은 느낌이었다”며 “사업이 잘 됐다면서 B 씨가 금팔찌와 목걸이 같은 패물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해 4월부터 회사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배당금 지급이 돌연 중단됐는데, 갑자기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것이었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은 원금이라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그럴 형편도 안된다고 했다. 결국 8월엔 사무실마저 문을 닫았고 고소가 이뤄져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 조사 결과, 처음부터 배당 지급은 추가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돌려 막기’ 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A 사에는 제대로 된 부동산 매물 기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투자가 아니라 유사수신 행위를 벌인 셈이어었다.

경찰은 이달 초만 해도 B 씨 사기의 피해자를 80명으로 봤으나, 추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수는 800명으로 늘었다. 피해자들은 부산 외에 울산·양산·창원·마산·진주 등 전국에서 나왔다. 피해액도 당초 1004억 원에서 1090억 원이 됐다. 투자자들이 받아야 할 배당금도 피해액으로 잡혀 실제 원금 손실은 이보다 작은 규모다. 대다수 피해자는 적게는 1000만 원, 많게는 5억 원 정도의 원금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평범한 가정주부들이 피해를 많이 본 만큼 상당히 많은 가정이 경제적 위기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피해 상황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각 지역 지부장과 추가로 확인된 피해자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며 “기묘한 방식이지만 돈이 확실히 나오는 투자가 있다면 일단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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