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19세기 전통적 삶을 거부한 한 여성과 에도 이야기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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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로 가는 길/에이미 스탠리

<에도로 가는 길>. 생각의힘 제공 <에도로 가는 길>. 생각의힘 제공

<에도로 가는 길>은 19세기 일본의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하지만 보통 사람이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다. 부제가 ‘운명을 거슬러 문을 열어젖힌 이방인’이다.

현재 니가타현인 에치고국(越後国)의 풍족한 집안에서 1804년 태어난 쓰네노가 이야기 주인공이다. 그녀는 하고 싶은 게 많았고, 알고 싶은 게 많았고, 기록을 아주 많이 남긴 사람이었다. 가족에게 보낸 편지인 그 기록을 통해 쓰네노는 불만을 토로하고 기뻐하고 절망하고 분노하며, 또 가족에게 사과하는 문학적 인물의 면모를 남겼다.

이 책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19세기 일본 도시 연구를 바탕으로 수도 에도와, 쓰네노의 삶을 꼼꼼히 재현한 논픽션이다. 쓰네노는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사서 고생을 했다. 당대에 고집 세고 불만투성이에다가 경솔한 여자로 여겨졌다. 그녀는 인적 드문 작은 마을에서 삶의 희망과 목표 없이 그냥 그렇게 살기를 거부했다. 당시 수도였던 에도로 가서 고생스럽게 산다. 가난하고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 때때로 후회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 결정을 죽는 날까지 철회하지 않았다.

쓰네노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에도로 온 한 남자와 네 번째 결혼을 했다. 당대 에도는 인구 100만의 세계 최대 도시였다. 쓰네노는 1853년에 병이 난 지 3달 만에 죽었다. 49세였다. 그녀는 유명해지지도, 의미 있는 공을 세우지도 못했으나 자신이 꿈꾸고 살고 싶었던 에도에서 죽는 날까지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런데 만약 그녀가 경황없이 죽지 않고 더 오래 살았더라면 자신이 가족에게 쓴 편지를 모두 태워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죽었기 때문에 편지가 남아 그녀의 삶을 우리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20 전미비평가협회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에이미 스탠리 지음/유강은 옮김/생각의힘/392쪽/2만 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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