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운석 충돌과 지방소멸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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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지구로 접근하는 너비 5~10km의 혜성이 6개월 뒤에 지구와 정면충돌하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정치적·상업적으로 오염된 인류는 혜성과 지구와의 충돌을 막지 못한 채 멸망한다. 이런 소천체(운석이나 소행성)와 지구의 충돌은 수시로 벌어졌다. 1908년에는 러시아 시베리아 퉁구스카 강 유역 숲에 지름 80m의 비교적 큰 천체가 떨어졌다. 폭발 규모는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 1000개와 맞먹을 정도여서 2000k㎡의 숲이 파괴됐다.

지름 100m가 넘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큰 도시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한다. 6600만 년 전 지구 최상의 포식자였던 공룡을 멸종시킨 것도 지름 10km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소행성이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지면서 엄청난 먼지가 생겨 몇 년간 햇빛을 차단했고, 먹이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공룡의 멸종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5만 년 전 한반도에도 태양계를 떠돌던 지름 200m가량의 소천체가 경남 합천군 초계면~적중면 일대에 떨어졌다. 지금도 그 충격으로 약 7km 지름의 그릇 모양 분지인 운석 충돌구가 남아 있다. 지하 142m에서 운석 충돌에 의한 강한 충격과 2000도 이상의 고온 상태에서 만들어진 원뿔형 암석도 발견됐다. 당시는 한반도의 중기 구석기 시대로 인류가 동굴에 집을 짓고 살 때이다. 이런 거대한 운석의 충돌로 당시 한반도 구석기시대 인류는 멸종 위기와 함께 극심한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합천군은 ‘합천 운석 충돌구 특별 전시회’를 오는 31일까지 합천한의학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소멸 위기 극복이 군정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 합천군은 지질테마공원 등 세계적인 운석 테마 관광지를 개발해 지역 경제를 회복하고, 인구를 증가시킬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로 인류를 위협하는 것이 운석과 같은 외부 요인만은 아닌 듯하다. 합천군은 30년 후 인구가 스스로 소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업연구원의 ‘K-지방소멸 지수’에서 합천군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꼽힌 59개 ‘소멸 위기 지역’에 포함됐다고 한다. 추위와 두려움 속에서도 생존에 성공한 인류의 조상처럼, 합천군이 대한민국 지방을 대표해 변화와 생존의 DNA를 찾아냈으면 좋겠다. 공룡처럼 소멸할 것인가? 아니면 번성할 것인가? 한겨울밤 별똥별을 보며 빌기라도 해야 할 심정이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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