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배제사회와 고독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해 고독사로 유명을 달리한 이는 3378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1%에 해당한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고독사는 매년 9%가량 증가하는 추세이다. 작년의 경우 고독사로 인한 남성 사망자는 여성보다 5.3배에 달하며, 50대와 60대가 전체 고독사의 52.1%를 차지하고 있다. 50~60대 남성이 고독사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5년간 지역별 고독사 추이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고독사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부산으로 9.8명에 이르러 전국 평균(6.6명)보다 1.5배나 높았다. 1인 가구 비율이 부산보다 훨씬 높은 서울은 고독사 비율이 전국 평균 수준에 머물러 1인 가구비가 높다고 고독사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노리나 허츠의 저서 〈고립의 시대〉에 따르면 외로움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은 알코올 중독과 비슷하며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 지속적인 고립은 극한의 스트레스와 만성 염증 유발로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치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조기 사망 위험을 30%나 증가시킨다. 그래서 고립은 위험하다.

고독사 매년 9%씩 증가 추세

10만 명당 발생 비율 부산 최고

무한경쟁·각자도생 사회구조

50~60대 남성 위기 몰아가

사회적 고립 대응센터 설립

‘고독생’ 대처 예방 노력 절실

고독사에 관심을 두는 나라는 일본과 영국 정도지만 양상은 다르다. 일본의 고독사 주 유형은 노인이며, 영국은 노숙자의 사례가 많은 데 비해 우리는 전 연령대에 걸쳐 고독사가 빠르게 증가하고, 남성 50~60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고독사 위험군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사회경제적 취약성과 관계의 단절이라는 두 가지 특성이 있다. 또 고독사 위험군은 일자리, 소득, 관계, 주거 단절의 네 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냉혹하고 치열한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사회경제구조가 아직 일할 수 있는 50~60대 남자를 실직이나 불안정 고용 상태로 내몰면서 소득 중단과 빈곤 상태로 추락시키고 있다. 경제적 파탄과 질병으로 초라해진 가장들은 가족들과 원만한 관계 유지도 어렵고 이혼 등으로 급속히 고립 상태에 접어든다. 위기의 독신 가구 다수는 상처 난 마음을 알코올로 달래면서 고독감에 젖어 열악한 주거지에서 영양이 부실한 채 허약한 상태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어쩌다 이들을 찾는 이웃과 공공 영역의 방문자에게도 관계의 문을 제대로 열어 주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위기 시 도움을 청할 이웃의 비율이 매우 낮은 고립 최고 위험 국가에 속한다. 1인 가구 비율은 서구보다 다소 낮지만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고 비자발적이며 높은 취약성을 가진 독신 가구라는 점에서 위기 정도가 높다. 현실의 사회보장체제도 경제 능력이 없는 아동과 노인, 수급자 중심이라 청년이나 중장년의 사회안전망은 엉성한 편이다. 이윤 추구와 효율성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는 노동시장에서 도태되는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사회배제(social exclusion)를 경계하며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을 중시하여 포용국가계획을 독려하던 유럽 국가와 달리 우리는 고위험의 배제국가인 것도 잊고 그저 경쟁력만을 부르짖고 있다. 중장년의 고독사 시대 뒤에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 고독사 예비군이 있다. 멈출 줄 모르는 신자유주의 체제는 향후 배제국가의 위험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수립될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은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많이 제시되길 바란다. 먼저 고독사에 가장 많이 노출된 중장년 남성과 청년세대가 지역사회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재기의 용기를 내도록 포용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고독사 위험군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 맞춤형 정책을 펼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취약 고립 가구가 발견되면 우선 식사라도 할 수 있게끔 긴급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 그 뒤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관계기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뒤 공동체의 경험을 확대하고 점차 역량 개발을 통해 자활과 안정적인 삶이 유지되게 단계적 실천이 작동해야 한다. 대개 취약 1인 가구가 집중된 기초지자체일수록 재정이 부족하다. 이들 지역이 적극적 사업을 펼치게 재원을 공급하는 일도 정부의 중요한 책무이다. 고독사 위험 국가인 우리나라와 고독사 최고 발생 도시 부산은 영국처럼 고독부장관을 임명하는 등 전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회적 고립 대응센터를 설립하여 체계적인 진단과 효과적인 사업을 해야 한다. 사회적 고립 가구의 발굴도 중요하지만, 고독사를 낳는 고독생(孤獨生)에 대처하여 예방적인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취약한 고립 가구에 따뜻한 손을 내밀며 연대의 실천을 하는 포용국가가 배제국가보다 훨씬 건강한 미래를 약속한다는 것은 복지선진국의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