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 깜짝 공약이라고? 산은 이전, 10년 넘게 숙의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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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 금융중심지 지정 후 탄력
2010년 부산 정책간담회 통해
국책은행 이전 공식적으로 논의
MB·문재인 정부도 계속 검토
‘금융도시 부산’ 위한 앵커 시설
서병수 “명분·근거 뚜렷한 정책”

올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 공기업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한국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일보DB 올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 공기업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한국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일보DB

“한국산업은행(산은) 부산 이전은 선거용 ‘깜짝 공약’이다.” 윤석열 정부의 ‘산은 부산 이전’ 추진에 맞서 배수진을 치는 산은 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이 펼치는 주장이다. 선거용 급조 공약이니 근거와 명분이 부족하다는 논리다. 이는 산은 부산 이전 논의가 장기간 이뤄진 사실을 모르거나, 아니면 알고도 무시하려는 ‘반대용’ 논리일 뿐이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가 정권 출범 전후에 적극 수용해 부각됐을 뿐 10년 넘게 금융중심지 부산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 온 사안이다.


국내 주요 금융기관을 부산으로 이전하자는 논의는 2008년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본격화했다. 이듬해인 2009년 금융위원회는 동북아 금융 허브의 중심지로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지구(현 부산문현금융단지) 두 곳을 확정했다. 금융 분야의 수도권 일극화를 막고 해양금융에 특화된 부산과 서울을 국제금융중심지 양대 축으로 육성한다는 취지였다.

뒤이어 2010년 국내 금융기관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중 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 등 국책은행의 부산 이전이 핵심 사안으로 인식됐다.

구체적인 논의의 첫 사례는 2010년 12월 28일 부산에서 열린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였다. 간담회에는 진동수 당시 금융위원장과 허태열 정무위원장, 한나라당 서병수 최고위원, 이진복 의원을 비롯한 금융·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 방안으로 산은, 수은 등 주요 금융기관의 부산 이전 추진 방안이 논의됐다. 당시 금융위원장은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을 위해 조세 지원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했다. 금융중심지(부산) 내 금융기관 집중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내 주요 금융기관의 부산 이전에 명분을 더했다. 정부와 금융·정치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은 등의 부산 이전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이다.

MB(이명박) 정부 때는 본격적인 산은 이전에 앞선 중간 단계로 산은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정금공) 부산 이전이 검토됐다. 정금공이 산은에 흡수되는 바람에 현실화가 어려워져 자연스럽게 무산됐다. 2012년부터는 국책 금융기관 부산 이전과 별도로 선박금융공사 부산 설립이 논의됐다. 당시 논의에서 선박금융공사는 해운·조선·항만사업을 하는 업체에 수십조 원을 대출·보증하는 기구로 설정됐다.

정치권은 물론 중앙정부까지 나서서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 부산 이전은 물론 정금공 이전, 선박금융공사 신설 등 대안을 논의한 역사는 벌써 10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공공기관 2차 이전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부산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으로 산은과 수은 등 국책 금융기관이 가장 먼저 거론됐다. 공공기관 2차 이전 문제 역시 정치권에서의 논란과 정부 의지 부족 때문에 결국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 이전 문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해서 다시 한 번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이던 올해 1월 전격적으로 산은 부산 이전 공약을 전격 발표했고 정권 출범 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국책은행 부산 이전 문제가 거듭 부상하는 것만 봐도 국가 균형 발전과 금융중심지 부산 구축 등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점이 명확하다.

당시 대선 캠프에서 산은 부산 이전 공약 개발을 주도한 박성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은 “산은 이전은 단순히 하나의 공약만은 아니다”며 “이미 지역에서는 산은이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을 위한 앵커 시설로 여겨지고, 산은·수은·기은 세 은행 역시 지역 경제를 살릴 파급 효과도 이미 분석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랜 기간 지역에서 논의가 돼 온 사안이며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을 서울과 양대 축으로 키우겠다는 확신이 바탕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초기부터 산은 이전 논의를 주도한 서병수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산은 등 주요 금융기관 부산 이전은 오랜 기간 숙의를 거친, 명분과 근거가 뚜렷한 정책이다. 오래도록 논의된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산은 부산 이전에 더해 올해 수은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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