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터미널 줄게 새 터미널 다오…거제 고현버스터미널 이전 시동 거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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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민간사업자 없어 표류
시, 용도지구 풀어 수익성 높여
특혜 우려·의회 문턱도 넘어야

1995년 지금 자리에 둥지를 튼 고현버스터미널. 시외버스 전용인 타지역 관문 터미널과 달리, 시내버스 터미널을 겸하고 있다. 부산일보DB 1995년 지금 자리에 둥지를 튼 고현버스터미널. 시외버스 전용인 타지역 관문 터미널과 달리, 시내버스 터미널을 겸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가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해 표류 중인 고현버스터미널 이전 정상화를 위해 사업 방식을 바꾼다. 용도지구에 묶여 상업적 개발이 어려운 기존 터미널 규제를 풀고, 이를 통해 얻은 개발 수익을 새 터미널 신축 비용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사업계획을 구체화한 지 올해로 7년째, 이번엔 첫 삽을 뜰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27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여객자동차터미널 이전 사업성 확보를 위해 터미널 2곳을 병행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사업은 고현동 시가지에 자리 잡은 버스터미널을 연초면 들녘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다. 현 터미널은 1995년 건립됐다. 보통 시외버스 전용인 타지역 관문 터미널과 달리 시내버스 터미널을 겸한다. 당시만 해도 버스 노선이 많지 않고 주변도 번잡하지 않아 큰 불편은 없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배후지로 인접지 개발이 가속화하고 고현동이 지역 최대 도심으로 팽창하면서 이용자 불편도 커졌다. 20여 년 전 지어진 비좁고 낡은 시설로는 늘어난 노선과 이용자를 모두 수용하기는 역부족. 무엇보다 대형버스에 시설 이용 차량이 뒤엉켜 주변 도로 체증을 유발하고 이용자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거제시는 터미널 이전 요구가 계속되자 2006년 개발 구상에 착수, 2009년 이전 방침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전 부지를 놓고 시의회에서 찬반이 엇갈리면서 하세월했다. 그러다 2015년 여객터미널 기본계획 용역을 거쳐 연초면 연사리 1280-6 일원 들녘, 현 터미널과 직선거리로 2.5km 떨어진 곳으로 도시 확장성과 광역 교통망 접근성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했다.

거제시는 8만 500여㎡에 시내·외 터미널 시설과 차고지, 주유소·가스충전소, 유통 판매시설을 갖춘 복합터미널로 밑그림을 그렸다. 민간사업자가 개발 방식을 제안하고 필요한 재원을 투자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이다. 사업비는 최소 11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거제 여객자동차터미널 이전 계획도. 거제시 제공 거제 여객자동차터미널 이전 계획도. 거제시 제공

그런데 정작 나서는 사업자가 없었다. 2018년, 2019년, 2021년 진행한 3차례 공모 모두 참여 기업이 없어 무산됐다. 3번 다 최초 의향서를 낸 기업은 있었지만, 최종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도시계획시설로 묶여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인구 감소, KTX 개통 등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거제시는 실질적 사업 실현이 가능한 방안을 찾기로 했다.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사업자에게 기존 터미널 개발권을 줘 부족한 수익성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현 터미널 부지는 용도지역은 일반상업지역이지만, 용도지구는 ‘자동차 정류장’으로 묶여 있다. 용도지구를 풀면 상업지역으로 사용할 수 있어 공시지가 기준 456억 원 수준인 현 터미널 부지 가치가 1000억 원 상당으로 뛴다. 이를 토대로 터미널 2곳 개발을 병행하면 실제 사업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특혜시비가 예상되는 만큼, 시의회와 사전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시는 이와 함께 평면적 도시계획시설 사업에서 탈피해 입체적 도시계획시설로 변경하거나, 도시개발사업, 공영개발 등 제3의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터미널 이전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자,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시설”이라며 “여러 실현 가능한 방안을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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