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무인기 서울 유린, 안보 구멍 더는 용납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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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동시 침투, 수도권 영공 무방비
방공망 총괄 점검으로 재발 막아야

북한이 26일 무인기 5대를 동원해 우리 수도권 영공까지 휘저으면서 연말 국민들이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날 김포 상공에서 포착된 북한 무인기. 연합뉴스 북한이 26일 무인기 5대를 동원해 우리 수도권 영공까지 휘저으면서 연말 국민들이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날 김포 상공에서 포착된 북한 무인기. 연합뉴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심화하는 시기에 북한이 26일 무인기 5대를 동원해 우리 수도권 영공까지 휘저으면서 연말 국민들이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동안 탄도미사일, 해상 포 사격 등으로 한껏 긴장감을 조성하던 북한이 이제는 대낮에 무인기로 우리 영공을 대놓고 침범했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이런 일은 금시초문이다. 북한 무인기는 무려 5시간가량 수도권 상공을 정찰하다가 돌아갔다고 하니, 서울 상공이 완전히 무방비로 뚫렸다. 심지어 대통령실 일대까지 들어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우리 군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긴급 출동한 전투기가 추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동시다발적인 무인기 침투가 수도권 일대 우리 군의 주요 시설을 정탐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고 한다. 또 전방의 방공망 시험과 연말 국내 불안감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 아직 군사위성이 없는 북한은 2014년, 2017년에도 수차례 무인기로 경북 상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기지와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시설을 촬영한 적이 있다. 특히 군사용 무인기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중요성이 입증되면서 갈수록 그 활용도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으로 무인기를 통한 도발이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엔 정찰로 끝났지만, 다음엔 폭탄이 오지 말란 법이 없는 셈이다.

이런 도발에 국민이 의지할 곳은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군밖에 없다. 그런데 군은 끝까지 무력한 대응으로 불안감만 키웠다. 무인기 5대 중 4대가 서해에서 교란 활동을 하는 동안 1대는 곧장 서울 상공으로 직진했다고 하는데, 제지하지 못했다. 헬기 등을 동원해 100여 발을 사격했지만, 격추에도 실패했다. 이 와중에 긴급 출동한 전투기는 이륙 직후 추락해 국민의 자존심만 구겼다. 전문가들은 우리 방공망의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다고 지적한다. 미사일과 무인기에 따라 공군, 육군으로 나뉜 대응에다 관련 매뉴얼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수차례나 이런 일을 겪고도 여전히 유비무환은 없었다.

우리 영공에 대한 북한의 무인기 침투는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또 규탄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같은 날 “더 격앙된 투쟁 방략을 세워야 한다”며 계속 강공 전략을 예고했다. 우리 정부도 체계적인 대응·보완책 마련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 등 군의 기강 확립과 총괄적인 방공망 점검은 그 첫 단계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일을 놓고 전 정권 탓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모적인 정쟁만 야기할 뿐이다. 전 정권이 어떻게 했든, 지금 일어난 일은 현 정권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안보 구멍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환골탈태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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